[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수산물 다이옥신 허용기준, 언제 만들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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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직 주한미군이 경북 칠곡군의 미군기지에 다량의 고엽제(枯葉劑)를 묻었다고 폭로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고엽제에 든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에 대한 대중의 우려도 덩달아 높아졌다. 고엽제와 다이옥신은 무엇이고 왜 함께 거론되는 것일까?

 고엽제는 베트남전 당시(1962~1971년) 미군이 베트남의 밀림에 우거진 나뭇잎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6만7000t이나 뿌린 제초제다. 이 물질을 살포하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숲 속에 숨은 베트콩을 색출하기 쉬워진다(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양지연 교수).

 그때는 고엽제가 얼마나 독성이 큰 물질인지 몰랐다. 고엽제 안에 함유된 다이옥신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다이옥신은 대개 피코그램(pg, 1조분의 1g) 단위로 검출되는데 이처럼 극소한 양을 분석할 능력·장비가 당시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엽제는 피아(彼我) 구분 없이 피해를 끼쳤다.

 고엽제의 주성분인 염소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

 첫째, 사람이나 동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인체에 축적된 다이옥신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5~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환경에 장기간 남는다.

 셋째, 열을 가하면 다이옥신이 생성될 수 있다. 1976년 이탈리아의 세베소에서 농약공장(유기염소계 농약)이 폭발했을 때 다이옥신이 다량 유출된 사건, 국내 구운 소금(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도 열과 염소의 ‘잘못된 만남’ 탓이다. 바늘과 실처럼 고엽제와 다이옥신이 붙어다니는 것은 유기염소계 농약인 고엽제의 ‘숙명’인 셈이다.

 다이옥신을 한 가지 물질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론 독성이 크게 다른 210여 가지 다이옥신류의 집합체다. 그래서 다이옥신의 검출량(pg) 뒤엔 TEQ가 붙는다. TEQ는 다이옥신류 가운데 독성이 가장 큰 것을 1, 이보다 독성이 작은 것은 유해성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1/10, 1/100 등 가중치를 주어 환산한 뒤 합산한 독성 등가량(等價量)이다.

 우리는 다이옥신이라고 하면 고엽제·폐기물 처리장·자동차 배기가스·담배 연기 등을 흔히 떠올리지만 실제론 95% 이상을 식품을 통해 섭취한다. 이것이 다이옥신 대책의 초점이 식품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총량 기준(TDI, 하루 섭취 허용량)과 축산물에 대한 개별 기준을 정해 다이옥신을 관리하고 있다.

  다이옥신의 TDI는 각자의 체중 ㎏당 4pg TEQ로 정해져 있다. 체중이 50㎏인 사람은 하루에 200pg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우리 국민은 하루에 TDI의 10% 가량을 섭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TDI는 각자의 체중·연령, 선호하는 음식 등에 따라 달라지는 총량 기준이어서 규제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세 축산물에 대한 개별 다이옥신 허용기준을 설정했다. 그러나 정작 다이옥신 오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어패류는 허용기준이 없다.

 식약청이 지난해 6~11월 국내 다소비식품 210건의 다이옥신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삼치·장어·갈치·게·고등어 등 10가지 어패류가 상위 10위까지를 싹쓸이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삼치·게·참치의 다이옥신 오염량은 돼지고기 허용기준(지방 g당 2pg TEQ)을 10배 이상 초과했다.

 수산물의 다이옥신 오염이 높은 것은 각종 오염물질이 최종적으로 해양에 폐기되는 탓이 크다. 이와 더불어 다이옥신의 지방 친화성(지방에 주로 축적되는 성질) 때문이다. 다이옥신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돼지비계 등 지방이 많은 부위를 떼어내고 먹으라고 권장하는 것은 이래서다(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

 축산물의 다이옥신 허용기준을 설정한 2008년 당시 식약청·국립수의과학검역원·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들은 수산물의 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했으나 “수산물의 다이옥신 허용기준 설정이 몰고 올 사회적·경제적 충격을 감안해 (일단 축산물부터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기준을 확대해가자”며 논의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수산물의 다이옥신 허용기준을 정할 때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유럽에선 다이옥신 오염사고로 정권까지 바뀌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뒤 축산물은 물론 1997년부터 수산물·사료의 허용기준을 설정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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