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료법 따로 없는 류마티스 관절염…유전인자 추적, 조기 진단해 치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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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고양이 100마리를 먹었다? 관절을 싸고 있는 막(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 일부 환자들이 이용한 민간요법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관절의 반동을 이용해 가볍게 착지하는 고양이가 약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다리가 많이 달린 지네를 먹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센터 최정윤 센터장이 진료하는 모습.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센터 최정윤 센터장은 “원인이 불명확해서 예방법이 없는 류머티스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효과가 불투명한 민간요법에 기대다간 증상이 악화하고 치료 기회를 놓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990년대 중반. 대구·경북 지역 류머티스 환자들도 통증을 줄이기 위해 민간요법에 기댔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이 지역 처음으로 류머티스센터의 문을 열며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최 센터장은 “전국에서 3~4번째로 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 연평균 진료하는 류머티스 환자 수는 약 3만5000명”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센터의 성공에는 ‘환자 중심’의 진료 철학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류머티스 질환 조기발견과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 발전시켰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 관절염과 통증의 종류는 100여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뾰족한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어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 증상 악화를 막는 게 최선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센터는 국민의 약 1%에서 나타나는 류머티스 관절염의 전 단계에 있는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노력한다.

 최정윤 센터장은 “구체적인 국내 통계는 없지만 센터를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류머티스 관절염의 전 단계인 재발성 류머티스의 비율이 서양에 비해 높다”며 “재발성 류머티스 환자의 약 40%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재발성 류머티스는 손목·발목 등 신체 다양한 곳의 특정 관절에 일주일 정도 통증이 발생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이곳에선 류머티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절 질환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 센터장은 “류머티스 환자 가족 중 류머티스에 걸릴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종합검진에 관절염과 관련된 여러 유전인자를 추적 검사해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류머티스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 노하우 뒤에는 활발한 연구가 있다. 진단검사의학과와 공동으로 류머티스 질환에 따른 관절의 영구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류머티스 관절염에서 관찰되는 항CCP항체를 치료에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봉독을 이용한 치료, 성체줄기세포 배양을 통한 연골세포 재생 등 재생의학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황운하 기자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센터가 2013년 1월 새롭게 태어난다. 2009년 보건복지부의 ‘류머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 전문질환센터’로 선정돼 국비 250억원, 병원 출자 295억원으로 전문센터를 짓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5층(건면적 2045㎡, 연면적 3236㎡)에 첨단 로봇수술, 최신 재활치료실, 환자 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류머티스 질환의 특성을 반영해 환자와 지역 의료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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