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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조직 아닌 역사의 방향 바꿀 국민운동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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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14면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 박세일(사진) 이사장이 시민단체인 ‘선진통일연합’(선통련)을 출범시킨다. 전국 70개 지역 단위 조직과 탈북자, 해외 지부의 1만 명 회원이 다음달 6일 여의도 63빌딩에 모여 창립 대회를 연다. 연내에 회원 수를 10만 명으로 늘려 전국 230개 시·군·구 행정 단위마다 지역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 워싱턴 DC 와 뉴욕은 지부가 결성됐다. 중국의 10개 이상의 시와 일본과 독일에도 지역 조직을 창설한다.

‘선진통일연합’ 출범 앞둔 박세일 한선재단 이사장

이홍구 전 총리,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발기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 조완규·김진현·이명헌 등 전직 장·차관 20여 명도 이름을 올렸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 정호영 전 서울고등법원장 등 법조계,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등 시민사회단체와 송월주 스님 등 종교계 인사가 주요 발기인이다. 500명 안팎의 기업인도 참여했다.

통일운동 확산이 선통련의 목표다. 한선재단이 선진화와 통일을 위한 ‘싱크 탱크’라면 선통련은 ‘액션 탱크’라고 박 이사장은 설명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내년 정치 일정을 들어 이 조직을 대선과 연결시키고 있다. 선진화나 통일의 어젠다가 보수 재집권 의제와 연결되고 각계 인사를 지역별로 모으는 단체 결성이 정치 세력화의 수순 같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때는 세계화, 그 이후엔 선진화를 시대 정신으로 내놨다. 6일 선통련 창립대회에서 상임의장으로 선출되는 박 이사장을 26일 만났다.

-선통련이 왜 필요한가.
“그동안엔 여야, 진보와 보수 모두 한반도 분단의 평화적 관리가 목표였다. 현상 유지다. 하지만 이제 분단 관리가 불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다. 통일이냐 아니면 새로운 분단이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오고 있다. 적극적 통일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정치 시즌과 맞물려 오해의 소지가 있고, 불필요한 잡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가 더듬거리면 새로운 분단으로 갈 가능성이 커 서둘러 만들었다.”

-새로운 분단이란 무슨 뜻인가.
“북한에서 체제 실패나 리더십 실패가 일어나 친중국 변방 정권이 들어서면 한반도가 다시 반영구 분단의 시대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2의 티베트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의 영토는 크게 축소돼 동북아의 섬이 된다. 게다가 친중국 변방정권이 북한에 등장해 동해안에 중국 군함이 뜨면 일본은 무장할 테고 동북아는 신냉전으로 간다. 하지만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북한은 물론 만주와 시베리아까지 도약의 전기가 온다. 북한 동포는 해방되고 남북 간 경제·사회적 시너지 효과로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지역이 될 것이다. 통일이 돼야 우리나라가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선진화에도 성
공한다.”

-통일운동하는 데 왜 지역 조직이 필요한가.
“통일 쪽으로 역사의 방향을 바꾸려면 국민이 새로워져야 한다. 통일은 분단 이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다. 통일 과정으로 새로운 통일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대적인 국가 개조, 국민의식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개인 중심, 물질 중심의 사고만으론 북한 동포를 끌어안고 새로운 통일 시대를 열기 어렵다. 새로운 국민의식의 탄생이란 국민 운동으로만 가능하다. 100년 전 신채호 선생은 ‘우리가 독립하고 근대화하려면 신민(新民)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21세기의 우리는 통일 시대를 여는 신민(新民)으로 바뀌어야 한다. 폴란드선 바웬사가 국민운동으로 역사를 바꾸지 않았나.”

-지역 조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선통련 창립 대회가 끝나면 3000여 명의 회원들이 7월 10일부터 3주간 12개 루트로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순례 중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대한민국 선진화와 통일의 당위성을 홍보한다. 8월 초엔 1만 명 회원이 서울에서 통일 축제를 연다. 전국 시·군·구 조직이 창립되는 대로 전국에서 통일에 대한 만민공동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10월엔 서울서 10만 명 회원을 모아 ‘10만 만민공동회’를 연다. 옛날에 국채보상운동을 한 것처럼 통일기금을 만들고 통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든다. 통일에 대해 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려면 지역 조직이 필요하다.”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 조직은 모두 자력 갱생이다. 교수와 총장, 기업인들이 모두 자발적 참여자다. 자기들이 회비 내고 모아서 경비로 쓴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뒀나.
“대선과 관계없다. 새 분단이냐 통일이냐의 선택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니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다. 통일 과정은 앞으로 5년 내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러니 선진과 통일은 이 시대의 과제다. 선진과 통일로 가려면 필요한 게 많다. 올바른 정책을 세우는 정책 세력이 있어야 한다. 또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조직하는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한선재단으로 정책 세력 만드는 작업을 했으니 이젠 국민운동이다. 사회 원로와 국민이 직접 대화하고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가 직접 대화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 나갈 때다.”

-내년 대선의 어젠다는 뭐가 될까.
“선진화와 통일의 시대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치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정치가 크게 낙후돼 국가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올바른 선진화와 통일을 이루려면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총선과 대선을 통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권력을 어떻게 탄생시킬지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정치를 개혁할 수 있나.
“우리 정치는 두 가지 중병을 앓고 있다. 첫째는 정치가 국가적 목표와 공공적 가치를 잃었다. 그래서 정치와 정당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붕당 성격이 강하다. 둘째는 승자 독식의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함께 다스리는 공치(共治)가 없다. 이익 추구의 붕당 정치 아래서 다시 정파로 갈리고 대립하면서 특정 정파가 승자 독식의 정치를 한다. 선거 공학만 있고 국가전략이 없는 정치가 되니 세종시든 혁신도시든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보수나 진보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다. 사람을 바꾸고 정치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구체적으론 어떤 점을 고쳐야 하나.
“정치 지도자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 이젠 밀려오는 국가적 과제들이 너무 많다. 통일, 동북아 정세의 변화, 성장 동력 약화, 양극화와 같은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시대 흐름을 읽는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과거 정치론 안 되겠다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과제를 풀어내겠다는 관점에 서면 사람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

-여야가 쇄신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
“가장 시급한 것은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당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체성과 가치의 혼란이 크다. 한나라당 내 파벌은 이해관계 조정이 아니라 보수라는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찾는 식으로 해소돼야 한다. 민주당 내엔 합리적 진보와 종북 좌파가 같이 있다. 그래서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혼란스럽다. 보수든 진보든 지켜야 할 가치와 국가 전략이 없다면 해체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이념적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은 올바른 이념과 가치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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