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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플라스마 스텔스기’ F-22도 두려워할 비장의 무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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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28면

러시아가 추진 중인 스텔스기 PAK-FA. 간단히 T-50이라고도 한다. 미국처럼 스텔스 도료를 바르는 게 아니라 비행기 주위를 플라스마 공기로 에워싸 레이더파를 아예 없애는 방식이다.

미국이 스텔스 분야에서 20여 년 앞서지만 러시아와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미국처럼 30년을 내다보고 6세대를 추구하진 못해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며 내실을 다진다. 6세대 스텔스는 미국 독주지만 5세대 스텔스 경쟁엔 불꽃이 튄다. 전투기와 전폭기 두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첨단 무기의 세계 미국 추격하는 러시아·중국 스텔스기

●전투기=‘스텔스의 지존’ 미국의 F-22에 맞서는 전열의 선두엔 러시아의 PAK-FA, 중국의 J-20, 일본의 JFX가 있다. 그중 러시아의 PAK-FA(미래항공 시스템 전투기의 러시아어 약자)가 가장 앞선다. 수호이 전투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PAK-FA는 2010년 초 첫 비행을 했고 2017년께 개발 완료될 예정이다. 일반 스텔스 전투기가 갖기 힘든 기동성을 강화했고, F-22보다 무장 탑재 능력을 늘렸다. 특히 비장의 카드 ‘플라스마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다.

PAK-FA의 비밀무기, ‘플라스마 스텔스’의 원리는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던 때 발견됐다. 이 위성이 다른 장비로는 연결됐지만 레이더엔 아예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오랜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위성이 올라간 228~947km 고도의 자연 플라스마가 레이더의 단파를 흡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라스마로 이온화된 대기 성분은 마이크로파를 흡수해 에너지로 바꾸거나 혹은 다른 파장으로 바꾼다’는 것. 쉽게 말해 플라스마 이온화 속에 있으면 레이더가 절대 못 잡는다는 의미다.

이런 기술은 전투기에 스텔스 도료를 바르는 미국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고속 비행하는 전투기 전체를 플라스마로 덮으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 기술을 러시아가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돈다. 기술적으로 플라스마 스텔스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기술을 90년대부터 개발해 수호이 PAK-FA라는 스텔스기에 적용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PAK-FA는 F-22의 강력한 맞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억 달러의 개발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발되면 브라질·베네수엘라·벨라루스·리비아·앙골라·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인도와 FGFA라는 인도 버전을 공동 개발 중이다.

중국의 스텔스기 J-20은 2011년 초 첫 비행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다. 서방에선 기동성보다 공격 능력 확대에 비중을 둔 스텔스기로 보고 있다. 개발 완료를 2018년으로 잡고 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부족한 기술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신무기를 개발해 왔지만 스텔스 기술 협력까지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이 2015년 이후에도 F-22를 판매하지 않는다면 스텔스 전투기 JFX를 독자 개발해 2025년 이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TDX라는 기술검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실제 양산할 전투기가 아니라 축소된 시험기로서 스텔스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러·중이 미국의 5세대 스텔스기를 바짝 추격한다면 한국(KFX)·인도(AMCA)·스웨덴(그리펜 NG)은 세미 스텔스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의 항공전문가인 빌 스위트맨은 “세미 스텔스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추구해 개발에 성공한다면 고가의 스텔스기로 전력을 채울 수 없는 나라들에 매력적인 미래 전투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KFX도 미래형 항전장비를 갖춘 저가의 세미 스텔스기로 추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는 이미 공동개발 협정을 맺었고, 터키·스웨덴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2개국 이상의 공동 개발국이 결정되면 2012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양산을 시작한다. 인도의 AMCA는 쌍발 세미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미래형 전투기 사업이다. 문제는 경전투기 개발사업과 스텔스 전투기인 FGFA 사업 등과 시기가 상당히 겹쳐 개발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폭격기=노스럽 그루먼은 2008년 8월 이런 분석보고서를 냈다.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국·일본이 영토 사용을 거부한다. 괌 기지와 호주가 제공하는 30여 개 기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괌에서 반경 2000마일 내 작전에 F-22 4대를 지원하려면 KC-135R 급유기 5대가 필요하다. 호주의 작전 거리는 3500마일, 급유기 8대가 필요하다. 또 괌 작전의 경우 JDAM(합동직격탄) 1개마다 급유기 한 대 비율로 필요하지만 호주에선 1.6개마다 급유기 한 대의 비율이 된다. 그러나 B-2 스텔스 폭격기가 동원되면 2000파운드 JDAM 16개 혹은 500파운드 무기 50개를 운송하는 데 급유기가 전혀 필요 없다.”

이런 분석은 미국이 B-2 같은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2006년 국방 4개년 계획(QDR)에서 “미 공군은 장거리 폭격기(NGLRS) 배치를 2037년에서 2018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공개했다. 2008년 8월 미 항공협회도 특별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스텔스 기술은 신속 기동이 필요한 전투기에 적용하려면 난이도가 급상승하지만 순항 비행을 하는 폭격기에 적용할 경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미국은 B-3 NGB라는 미래형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 중이다. 미래 전장의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중동을 의식한 것이다. 기존 전투기론 작전이 어려워 미 공군은 작전 반경 2500마일 이상인 스텔스 폭격기를 구상한다. 괌·디에고 가르시아에서 출격해 중국 내부나 중동 깊숙이 공격할 수 있게 한다. 임무에 따라 무인 또는 유인으로 운용하는 B-3 폭격기는 2016년 첫 비행, 2020년 개발 완료가 목표다. B-3는 기존 기술을 대폭 적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한다. 2010년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장거리 공격 분야에서 미국의 전략적 강점을 유지하기’에 따르면 F-35에선 엔진·조종석,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을, B-2 폭격기와 F-15 전투기에선 부품, 보잉 737 여객기에선 랜딩기어 기술을 가져온다. 총예산 500억~600억 달러, 100여 기를 생산한다. 미 국방부는 F-35 구매를 줄이고 그 돈을 폭격기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러시아는 PAK-DA라는 미래형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의 B-2를 겨냥한 대항마다. Tu-160 폭격기를 기반으로 스텔스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도 플라스마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 개념 구상 단계이고 예산 투입 단계는 아니다. PAK-FA 스텔스에 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중국도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노력한다. 미국의 B-2와 비슷한 전익기형 스텔스 폭격기인 H-10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H-10은 2009년 12월 7일 고비사막에 있는 퀸카이 기지에서 개발한 뒤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98년 ‘프로젝트-10’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미국의 B-2 스텔스 기술, 러시아의 Tu-26 백파이어 초음속 폭격기 기술을 도입해 이를 스텔스기로 개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특히 H-10 폭격기와 관련해서는 말썽이 많다.
2011년 B-2 스텔스 폭격기 엔지니어였던 노시르 고와디아(66)는 중국에 스텔스 폭격기 기술을 판매한 혐의로 32년형을 선고받았다. 고와디아는 스텔스 폭격기에 사용되는 적외선 회피 스텔스 순항미사일 기술을 11만 달러에 넘긴 혐의를 받았다. 언론들은 또 중국이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세르비아에서 격추된 미국의 F-117 스텔스기에서 모은 기술로 J-20을 만들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미국 F-117과 B-2 폭격기에서 모은 기술, 러시아 기술, 독자 기술을 결합해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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