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덴마크식 모기지 도입, 가계 부채 문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중앙일보경제연구소·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금융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포럼에선 부동산발 금융 불안에 대비하려면 덴마크식 모기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왼쪽부터 임태섭 골드먼삭스자산운용 대표,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김정수 중앙일보 전문기자, 함준호 연세대 교수, 문영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강정현 기자]


부동산발 금융 불안에 대비하려면 덴마크식 모기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계대출 부실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소득층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6일 ‘우리나라 부동산담보대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란 주제로 금융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포럼에서 문영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주택 모기지 부실이 증가하고 있지만 덴마크의 연체율은 0.5%에 불과하다”며 “멕시코·노르웨이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덴마크 방식이 세계 모기지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동유럽 국가에 덴마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덴마크식 모기지는 은행이 대출 신청자에게 직접 자기 돈을 내주지 않는다. 대신 은행이 보증을 서는 채무자 명의의 채권을 발행한다. 이 채권이 투자자에게 팔리면 신청자가 돈을 받는 형태로 대출이 이뤄진다.

 그러면서 대출 만기 전에 채무자가 언제든 빚을 갚을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을 인정한다. 대출자들이 금리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부실화 우려가 작아진다. 예컨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대신 본인 명의의 채권 값은 떨어진다. 이럴 경우 채무자는 은행의 도움을 받아 본인 명의 채권을 사들인 뒤 금액이 적은 새로운 채권을 발행한다. 채권 발행액 차액만큼을 미리 상환하는 셈이다. 문 위원은 “덴마크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로 발행하는 보증채권(커버드 본드)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함준호 교수는 소득·직업·금융회사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분석해 발표했다. DTI는 전체 소득 중 빚을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50%라면 번 돈의 절반이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인다는 뜻이다. 함 교수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DTI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0.6%였다. 중간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인 1분위와 고소득층인 4, 5 분위의 평균 DTI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급여소득자에 비해서는 자영업자의 DTI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1분위 자영업자(48.5%)와 5분위 자영업자(55.7%)의 DTI 비율이 가장 높았다. 1분위 급여 소득자(39.5%)의 DTI 비율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회사별로는 카드·캐피털·생명보험사의 경우 소득 1분위의 DTI가 높았고, 상호저축은행은 5분위가 높았다. 상호저축은행에서 후순위 담보대출을 받은 고소득층도 부채상환 부담에 적잖게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함 교수는 “대출자들의 특성에 맞게 좀 더 세분화된 DTI 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후 열린 토론회에서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는 “만기에 일시에 갚는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하지만 인센티브 없이는 은행이 자발적으로 비율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 종류에 따라 위험평가를 달리하는 방법으로 은행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지금 시점에서 가계 부채 문제를 논의하는 건 좋지만 너무 걱정하는 것은 과한 느낌이 든다”며 “정부가 주택에 대해 중장기적인 정책을 가지고 해 나가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윤창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