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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희망봉' 여상엽

중앙일보

입력

"열다섯살이 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한국 장거리스피드스케이팅의 유망주 여상엽(15.남춘천중3). 국제빙상연맹의 연령제한(15세 미만 출전금지)조치로 1998년 태극마크를 달고도 그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여상엽이 오는 18일 핀란드 세이뇨키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여상엽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상위권에 입상,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이 한국빙상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겠다는 각오다. 최근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태릉에 실내빙상경기장이 세워져 여를 비롯한 대표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여는 3천m(3분54초28).1만m(14분32초03) 한국신기록 보유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금지옥엽같은 존재다.

그러나 나이 제한 때문에 지난해 겨울아시안게임과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태릉선수촌에서 홀로 연습을 해야 했다.

여는 이번이 첫 국제대회 출전이지만 전혀 떨리지 않는다. 1998, 99년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 중 미국.캐나다 대표선수들과 맞붙어 종합 10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바 있어 더욱 그렇다.

한국기록도 이때 수립했으며 현지 빙상관계자들은 괴물소년이 나타났다며 성장가능성을 크게 평가했었다.

여는 춘천교대부속초등 1년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5백m에서 5위에 입상한 배기태의 역주가 너무나 인상 깊었기 때문. '여는 대학생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중학교 2학년 때인 98년 국가대표에 전격 발탁된 이후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98년 한.일 중고친선빙상대회에서 우승한데 이어 지난달말 열린 전국남녀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전관왕에 올랐다.

이어 열린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 선배이자 라이벌인 문준(강원체고2)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3천m에서 수립한 4분13초86의 기록은 남대부.남고부 우승기록보다 무려 5초나 앞선다.

여드름난 얼굴에 DDR를 즐기는 평범한 사춘기 소년이지만 빙판에만 서면 지독한 승부사로 변신한다.

여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경기에 매진,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혼절한 적도 있는 '빙판의 승부사' . 태릉선수촌 산악달리기에서는 타종목 선배들을 제치고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력도 뛰어나다.

스피드 국가대표팀의 이창호 코치는 "일본선수들이 네덜란드.캐나다.미국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의 체격조건도 뒤지지 않는다" 며 "지구력이 월등한 여상엽이 순발력과 파워만 보강하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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