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담배 씹는 야구 스타, 애들이 보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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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동환
스포츠부문 기자

지난주 프로야구 선수들의 씹는 담배 사용을 우려하는 기사(본지 5월 19일자 30~31면)를 썼다. 담배 씹는 선수 중에 “개인의 기호를 갖고 왜 뭐라 하느냐”며 따지는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담배 씹는 습관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선수도 없는 것 같다. “보기에 안 좋다니 그라운드에서는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그나마 수확이었다.

 씹는 담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야구를 사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프로 선수들은 우상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고 싶어한다. 둘째, 선수의 건강에 매우 해롭다. 씹는 담배는 모세혈관에 직접 닿기 때문에 피우는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들은 씹는 담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위에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들락거리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으니 씹는 담배가 더 낫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피우는 담배를 끊어야 할 이유만큼이나 씹는 담배를 근절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전문의들은 “씹는 담배가 긴장을 유지시켜 주는 것 같지만 일시적인 흥분 효과일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담배 없이 플레이할 수 없다면 이미 심하게 중독된 상황이며 스포츠다움은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다. “프로 선수로서 팀과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SK 김성근 감독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프로야구는 가장 인기 있는 국민 스포츠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자신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 존재인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담배 씹는 습관 때문에 불행을 당하는 선수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때 가서야 어린이·청소년 팬들이 교훈을 얻게 된다면 지나치게 늦고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김동환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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