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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복되는 승부조작,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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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물론 축구팬 사이에서도 같은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이 승부조작 혐의로 K-리그 프로축구 선수와 브로커를 구속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미 여러 번 보아온 승부조작이며, 이미 수차례 예고된 사건이다.

 축구는 게임의 성격상 승부조작에 취약한 종목이다. 한두 골로 승부가 갈리는 데다 룰이 단순해 선수 개인, 특히 수비수나 골키퍼의 간단한 몸동작으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승부조작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008년엔 아마추어 K-3리그에서, 지난해엔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최종전에서 승부조작이 발각됐다.

 급기야 K-리그에서 사건이 터졌다. 역시 예상됐던 일이다. K-리그에까지 불법도박 브로커와 조폭이 침투했다는 소문은 최근 윤기원 선수의 자살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윤 선수가 실연과 주전 탈락 등 심리적 고통으로 자살했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결과다. 하지만 일부에선 승부조작과 관련됐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수사 대상에 오른 구단과 선수 이름이 공공연히 거명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전 국민적 관심과 사랑 속에 급성장해온 프로축구에 찬물을 끼얹는 치욕적 사건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포츠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스포츠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키우는 축제의 한마당이자,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이라는 스포츠맨십을 가르치는 사회교육 장치이기도 하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포츠 스타를 ‘롤 모델(Role Model)’로 생각하고 따른다.

 승부조작은 이런 스포츠의 기본정신에 먹칠을 하는 반칙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불법도박과 연루됐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축구계의 비리와 부정에 대한 팬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양상이다. 더 이상 이런 배신행위가 반복돼선 안 된다. 시간이 걸려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철저한 진상 파악과 엄중한 징계. 둘째, 선수들에 대한 스포츠맨십 교육. 셋째, 도박사이트에 대한 단속과 정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축구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