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성공의 숨은 주역들 이대로 버려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홍성 대표

25일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 앞으로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발송한 웨스틴조선호텔 최홍성 대표의 얼굴은 어두웠다.

“오죽하면 청와대에 탄원까지 하겠습니까.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와 G20 서울 정상회의를 훌륭히 치른 베테랑 서비스 인력 159명이 공중에 붕 뜨게 생겼으니 잠도 오지 않고, 음식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라고 최 대표는 토로했다. 조선호텔은 최근 코엑스 ‘비즈바즈’와 ‘오킴스 브로이하우스’, 그리고 코엑스 연회 케이터링 입찰에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일하던 정규직 159명을 포함, 218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중앙일보>5월 25일자 E2면>

 “지난해에도 코엑스 매출액이 286억원인데 2억원 적자를 봤다. 남은 것은 그간 키워놓은 수준 높은 인력인데 이들을 고스란히 내보내게 생겼다”고 최 대표는 털어놨다. 자신이 직접 입찰을 따낸 워커힐 대표를 찾아가 일부라도 고용 승계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터라 남은 대안이 별로 없다.

 최 대표는 속이 탄 듯했다. 그는 “입찰을 따지 못해 이런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서는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책 탓일까. 이달부터 자신의 급여는 20%, 임원들 급여는 10%를 깎기로 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정을 알리는 e-메일도 전 직원에게 지난 22일 발송했다.

그는 코엑스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공적 성격이 강한 코엑스가 고용에 대한 부분을 입찰 조건에 넣지 않은 것은 최소한의 책무를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한국 서비스업이 이만큼 올라온 것은 서비스 인력들이 쌓은 그간의 경험과 노력 덕분”이라며 “이만한 인력을 키워내는 데 들어간 공과 시간을 한번에 날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호소했다.

 이 와중에도 호텔 서비스는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 또한 최 대표의 고민이다. 올해 창립 97년을 맞은 조선호텔은 360여억원을 들인 1~3층 공사를 끝으로, 수년간에 걸친 전면 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30일 재개장 파티를 연다. 파티에는 인테리어를 맡은 미국 거장 애덤 티아니, 레스토랑 컨설팅을 맡은 일본계 미국인 마샤 이와다테, 호텔 VIP 고객들이 참석한다. 최 대표는 “새로운 하드웨어는 한 달이면 식상해진다”며 “바뀐 하드웨어에 맞게 소트프웨어(서비스)가 변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조선호텔 안에서 환구단이 잘 보이게 동선을 배치하고, 한정된 공간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 작업이 새로 짓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요구하는 것과 맞지 않는다며 그만두겠다는 티아니를 어르고 달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티아니도 넉 달간의 공사 결과를 보고는 “이 정도 하려면 미국에선 1년이 족히 걸린다”며 한국식 일처리의 효율성에 혀를 내둘렀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