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우리금융 주가 싸다” 매각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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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는 파트너는 앞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좋은 매물이란 점을 강조했다. 25일 코리아중앙데일리와 삼성경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1 코리아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인수전 흥행을 고려한 듯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이 행사엔 국내외 경제인과 주한 외교사절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은) 충분한 유효경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금융지주 외에는 입찰에 나선다고 선언한 곳이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그 근거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우리금융이 부실을 잘 털어낸 한국 대표 금융회사라는 것. 다른 하나는 주가가 싸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금융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싸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모든 인수 희망자에 대해 공정한 규칙을 적용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 금융회사가 국내에 적극 진출하기를 기대한다”고도 언급했다. 우리금융 입찰 기회가 국내외 구분 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한 국내외 금융회사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주관사가 열심히 찾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산은지주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정확한 방향은 민영화”라고 말했다.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결합은 민영화가 아닌 국유화일 뿐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정책금융기관 개편 구상을 함께 밝혔다. “우리 기업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에서는 금융위가 연내 도입하기로 한 헤지펀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헤지펀드 도입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부작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헤지펀드의 부작용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선진국가들이 경험했기 때문에 제도 디자인을 할 때 충분히 제동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참석했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존에 “참가하지 않겠다”던 입장보다는 살짝 물러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입찰에 들어간다”고 확인했다.

 이날 행사엔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 김태영 농협 신용 대표,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에이미 잭슨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와 장 마리 위르티제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주한 외교사절들이 참석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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