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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 나의 별 ① 기타리스트 정성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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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 비교과 항목 중 자신만의 특기를 찾는 일이 관심사다. 이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면서 심지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 틴틴중앙은 어린 나이부터 근성 있게 소질을 계발해 스타의 반열에 오른 각 분야 청소년 스타를 만나 그들의 성공담과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를 들어본다.

 유튜브 동영상 한국 최초 1억 뷰 기록. 13세 때 세계 10개국 투어 콘서트. 14세에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 정규 앨범 발매. 지금껏 따라다니던 ‘기타 신동’이라는 별명보다 이제 ‘기타리스트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그 주인공은 바로 정성하(청심국제중 3년)군이다.

 청심국제중에서 정군을 만난 것은 지난 24일. 바로 전날까지 7일 동안의 일본 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또래 친구들이 그렇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싶어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아리랑과 같은 ‘후루사또’라는 곡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어요. 작년에는 아시아부터 미국 대륙까지 3개월 정도 콘서트를 다녔는데 이번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제 나이 15세인 중학생이 감당하기엔 벅차 보이는 일정이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표정이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며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쉴 새 없이 연습하지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연주 모습에 반해 기타를 잡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지도를 받던 중 우연히 핑거스타일 연주 동영상을 본 후 여기에 그대로 꽂혔다. 핑거스타일은 기타 한 대로 비트, 멜로디, 베이스, 퍼커션 등 거의 모든 음악 요소를 동시에 표현하는 주법이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주인공의 기타 연주법도 핑거스타일 중 하나다. 복잡한 연주 기법에다 리듬감, 음감 등 음악적 소질도 필요해 웬만한 기타리스트도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정군은 그래서 더 신이 난다. 현재 국내에 핑거스타일 연주만으로 정규앨범을 낸 기타리스트는 정군을 포함해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클래식 기타는 너무 밋밋해요. 편곡만 잘하면 오케스트라의 거의 모든 악기를 표현할 수 있는 핑거스타일이 저에게는 도전이자 목표입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하는 정군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이 직접 작·편곡한 곡들로만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2집 앨범을 위해서 그는 드럼과 재즈피아노를 따로 배우기도 했다. 작곡과 연주에 필요한 리듬감과 멜로디 라인을 만드는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다. 새앨범에 담을 12곡의 작곡과 편곡 작업은 모두 끝났다. 7월에 녹음 스튜디오가 있는 독일로 출발하기 전까지 공연도 모두 미루고 연습에만 몰두할 작정이다. 모든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는 청심국제중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차지만 그래도 기타 연습을 거른 적은 없다.

 그런 정군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기본기다. 자신을 닮고 싶은 후배들에게 그는 “기본 연주 실력을 충분히 쌓은 후에 하고 싶은 장르를 하는 것이 좋다”며 “처음에 클래식 기타부터 제대로 배우면 기본기 쌓는 데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군은 인터뷰 도중 ‘프로 뮤지션’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입에 올렸다. 스스로 기타 신동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뮤지션이라는 단어에 무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정군은 아직 뚜렷한 목표를 정해 놓지 않았다. 꿈을 미리 정해 놓으면 자신이 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 같단다.

 “새로운 곡에 감정을 실어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여러분도 일단 도전해보세요. 즐겁습니다.”

[사진설명] 일본 투어 콘서트를 끝내고 귀국한 지 하루만에 다시 기타를 잡은 정성하군.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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