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도 나이를 먹는다 … 당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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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연령대별 입술 특징이 처음으로 분석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20~60대 한국 여성 114명을 대상으로 입술의 형태와 혈류량·입술색 등을 연구한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입술은 나이가 들면서 좌우 길이는 길어지는 반면 두께는 얇아졌다. 두께가 얇아지는 것은 아랫입술 때문이었다. 20대엔 10.67㎜였던 두께가 60대엔 8.16㎜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윗입술도 얇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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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인체효능연구팀 박선영 연구원은 “나이를 먹으면서 입술 주변에 있는 근육이 탄성을 잃어 입술 모양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입술과 피부 경계 부위가 넓어져 입술의 붉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얇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조한 겨울철에 자주 트는 입술 부위가 바로 경계 부위인데, 이 부분이 나이가 들면서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입술 주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서양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진 입술 연구에서는 나이와 입술의 주름이 비례했다. 박선영 연구원은 “입술 두께 감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반면 주름의 증감은 동서양이 반대였다”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점 등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든 게 아닐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얼굴 노화 인지에 있어 인중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나이가 들수록 인중이 길어지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40대 이후 인중의 길어지는 정도가 급격히 커졌다. 코와 입술 사이 근육이 퇴화해 처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분석된다.

 입술의 붉은 색조도 감소했다. 입술에 있는 모세혈관을 지나는 혈류량이 나이에 따라 감소한 까닭이다. 입술 표면은 나이가 들수록 매끈해졌다. 젊을수록 세포 분열 등이 활발해 표면이 거칠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측은 이번 연구를 위해 충청북도 제천시에 거주하는 여성 114명을 조사했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을 제한했다. 대도시에는 젊은 여성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데 반해 중소도시엔 전 연령대 여성이 고루 분포한다는 것도 제천을 고른 이유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입술 연구가 이뤄진 건 아시아에선 최초”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얼굴을 연구하면서 입술을 하위 분야로 연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입술만 따로 연구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4일부터 6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피부과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대회를 공식 후원한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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