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말 듯 김석동 어법 … 우리은행 매각 “이기는 편이 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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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좌고우면이 계속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3일 산은금융의 입찰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헤지펀드 워크숍’에서다.

김 위원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건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돌려막기’란 지적에 대해 “(산은은) 국책은행을 벗어나려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금융 매각 문제를) 시장에 맡기고,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말했다. “링에 오르기도 전에 ‘너는 안 된다’ ‘옷을 벗어라’라고 할 필요가 없다” “민간과 민간이 되겠다는 이가 공정한 유효경쟁을 벌이는 게 나쁘지 않다”고도 했다. ‘초대형 메가뱅크는 민영화 역주행’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은금융이 나서는 걸 막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대놓고 산은 편을 들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공직 선배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민영화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과 전우(戰友)처럼 친밀한 관계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강 회장이 전우가 아니고) 경쟁해서 이기는 사람이 전우”라고 답했다. 현재로선 산은금융 외에 나서는 곳이 없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유효경쟁이 아니라 과당경쟁을 우려할 정도”라고 일축했다. 그는 “민영화는 그림이 돼야 그림”이라며 “(최소 입찰 기준을 30%로 제한한 것은) 능력 있는 선수만 모여 우리금융을 축복 속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현철·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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