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직접 만든 분이 허점 이용해 59만원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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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서 후보자가 농지 분할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에 대해 준비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쌀 직불금을 받은 것은 정당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이 “직불금 제도를 만든 분이 제도의 허술한 틈을 이용해 석연치 않게 직불금을 받았으니 사과하라. 도적적 해이 아닌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서 후보자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충북 청주시의 과수원과 전답을 공동 소유했고, 2007~2008년 정부로부터 쌀 직불금으로 각각 35만9000원, 23만9000원을 받았다.

 청문회에선 한나라당 의원들도 서 후보자의 쌀 직불금 수령 문제를 야무지게 따졌다. “앞으로 청와대를 위한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당의 다짐이 청문회에 반영된 듯했다. 청문회 도중 민주당 의석에서 “한나라당 의원님이 앞서 잘 지적해 주셨다”(김영록 의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청문회에서 직불금의 적법 여부를 얘기하는 것 그 자체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피곤함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직불금이 논란이 됐던) 2008년 후보자가 됐다면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 후보자는 “형의 도움을 받아 직접 벼농사를 지었고 휴무 때나 주말에 내려갔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은 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하는 서 후보자에게 트랙터 사용법과 제초제 뿌리는 방법 등을 묻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치동에 거주하면서 주소지를 옮겨 놓고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은 ‘무늬만 농업인’”(김영록 의원), “포장마차 같은 건물에 위장전입한 가짜 농부”(이윤석 의원)라고 힐난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6일 청문회를 받게 되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했다. “권 후보자는 2006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현재 거주 중인 경기도 분당의 빌라(57평) 매입가로 5억4250만원을 신고했지만 2005년 매입 당시 분당구청에 신고한 매매가는 3억4400만원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다. 강 의원은 “2005년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돼 분당에서의 부동산 거래는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했으며, 그걸 위반했을 땐 과태료를 내야 했다”며 “권 후보자는 매매가가 아닌 공시지가(3억4400만원)로 신고한 만큼 취득세·등록세로 800만원 이상을 탈루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4년 건교부 주택국장으로 주택거래 허위신고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던 권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글=김승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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