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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마트 찾고 서우시후서 뱃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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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원 안의 안경 쓴 사람)이 23일 숙소인 중국 장쑤성 양저우 영빈관 인근 대형 수퍼체인 매장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양저우=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나흘째인 23일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 지역 내에서 1991년 이곳을 찾았던 김일성 주석의 흔적 찾기와 함께 시장경제 학습에 나섰다. 동북 3성의 창춘(長春)에서 1945㎞ 거리를 약 30시간 동안 강행군한 다음날이라 그런지 동선이 눈에 띄게 단순했다. 하지만 목적이 뚜렷한 일정이었다.

 오전 9시쯤 김 위원장이 양저우 영빈관을 빠져나가 명승지인 서우시후(瘦西湖)를 둘러보면서 일종의 노스탤지어 외교를 펼쳤다. 91년 당시 김일성 주석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과 함께 수상 관광을 하며 우의를 다졌던 바로 그 장소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양저우 시내에서 남쪽으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한장(邗江)경제개발구를 찾았다. 상하이방의 후견인인 장쩌민의 고향에 있는 개혁·개방 성공지를 둘러본 것이다. 이곳은 태양광·풍력발전설비·수치제어·금속판재 가공·생물·의약·보건식품 산업을 주축으로 구성된 공단이다. 장쑤성이 지정한 성(省) 단위 개발구로 2001년 9월 가동에 들어갔다. 북한이 개발구를 만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 장쑤성 양저우 서우시후(瘦西湖)에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행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유람선이 떠 있다. 서우시후는 양저우 서쪽 교외에 위치한 호수로 양저우 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1991년 당시 김일성 주석과 장쩌민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이곳에서 함께 수상 관광을 했다. [양저우 로이터=뉴시스]


 한장개발구에서 김 위원장이 이날 방문한 업체는 태양에너지 업체인 징아오(晶澳)태양열유한공사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문을 앞두고 이 업체가 위치한 바리전(八里鎭) 부근 곳곳에 공안(경찰)이 배치됐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 업체에서 40~50분가량 참관했다. 김 위원장 일행엔 경찰 경호차량 외에도 앰뷸런스가 눈에 띄었다. 2008년 8월에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김 위원장의 건강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응급 대응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숙소인 양저우 영빈관에서 차량으로 1분 거리에 있는 대형 수퍼체인인 화룬쑤궈(華潤蘇果)의 2층 식료품 코너에 들러 20여 분간 둘러봤다. 수퍼 관계자는 “식용유와 쌀 파는 코너를 주의 깊게 봤다”며 “담당 종업원에게 상품의 종류를 물어봤다”고 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깜짝 ‘시장경제’ 현장 시찰에는 왕옌원(王燕文) 양저우시 당서기가 수행했다. 그는 장쩌민의 처조카로 확인됐다.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이 동남부까지 내려온 마당에 상하이뿐 아니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까지 둘러볼 것이란 관측도 나돌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양저우 일대를 둘러본 뒤에는 베이징으로 이동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양저우=장세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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