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암 4기 VS 말기' 가장 최악의 진행정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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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기는 정보

암이란닷컴 대표
최상규

드라마나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요새는 일반인들도 암 초기니, 암 말기니 하는 말에 많이 익숙해진 듯하다. 필자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나 보호자들도 많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암은 다른 병과는 다르게 병기(stage)라는 개념이 있다. 병기라는 것은 암이 얼마나 진행했나, 즉 그 자리에만 있는 건지, 주변으로 침범한 건지, 아니면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에 전이한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굳이 병기라는 개념이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암에 있어서 병기의 구분이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암의 병기는 미국의 병기시스템을 따르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크게 셋으로 일단 구분한다.
첫째, 종양 병기(Tumor stage; T stage)로 암이 발생한 원발 부위에서의 진행정도를 나타내며 대개 T1에서부터 T4로 나누어져 있다.
둘째, 림프절병기(Node stage : N stage)로 암의 주변의 림프절을 침범했는지, 침범했다면 어디까지 침범했는지를 나타내는데 N0는 림프절 침범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고 N1부터 N3까지는 림프절 침범이 있는 것을 구분한것이다.
셋째, 전이병기(Metastasis stage ; M stage)로 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한 상태인지를 구분하는데 M0는 전이가 없는 상태, M1은 전이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위의 각 병기, 즉 종양 병기- 림프절 병기- 전이 병기를 각각 독립 병기라고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의 병기는 저 독립 병기를 말하는 게 아니고 각 독립 병기를 조합하여, 즉 T병기+N병기+M병기, 새로 1기부터 4기까지로 구분하게 되는데 이를 종합 병기라고하며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의 병기이다.

이를 Staging Grouping(SG)이라고 하며 이 SG 1기와 2기를 초기 병기, SG 3기를 국소 진행된 병기, 그리고 SG 4기를 전이 병기라고 말하게 된다. 특히 SG 3기는 대개는 림프절 침범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T1N0M0병기라면 이는 종양이 원래 자리에 아주 작게 존재하고 있고 림프절 침범이나 원격 전이는 없는 상태로 이는 대개 SG 1기에 해당한다. 만약 T3N1M0라면 암이 원발부위에 존재하면서 근육을 침범하거나 뚫고나간 상태이면서 주변의 림프절 침범이 소규모로 있고 전이는 없는 상태를 말하며 대개 SG 3기정도가 된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렇게 세세히 병기 구분을 알 필요는 없겠지만,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비약적인 진화로 각종 의학 정보도 이젠 우리 곁에 늘 필요한 상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장 최악으로 생각하는 병기는 무엇일까? 암의 최악의 병기 ‘SG 4기’로 치료법도 없고 사망을 몇 개월 남기지 않은 상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SG 4기를 소위 더 이상 가망 없는 말기(Terminal stage)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SG 4기와 말기는 다른 개념이다.

SG 4기가 물론 암이 원발 부위에도 존재하면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에도 암의 존재가 동시에 확인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렇다고 하여 치료 방법이 전혀 없는것이 아니며 특히 두경부암의 경우 4기라고 하더라도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제치료로 5년생존율이 30-40%에 이를 정도로 치료 성적이 나쁘지 않으며 간이나 폐로 전이할 수 있는 대장암이나 직장암의 경우도 진단 당시에 원격 전이가 있는 SG 4기라 하더라도 수술로써 5년생존율이 40%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말기는 물론 SG 4기 환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말기란 첫째, 기대 여명이 6개월 미만인 경우 둘째, 영양 불균형 상태인 악액질( Cachexia)가 동반된 상태를 말하며 셋째, 전신 수행 능력(Performance status ; general condition)이 늘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런 상태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일 경우 말기라고 한다.

SG 4기라고 하여도 암의 종류나 전신 수행능력 등에 따라 예후가 좋을 수 있으며 모든 4기 환자가 말기 환자로 가는 것도 아니다. SG 4기와 말기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고 병원에서 SG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암이란닷컴 최상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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