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조폭’ 건당 80원씩 받고 하는 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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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상에 댓글을 달아주고 돈을 받는 조직이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이들을 고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일명 우마오당이라 불리는 이 조직은 우두머리와 병졸로 되어 있다. 남자 우두머리는 단장, 여자 우두머리는 '수모'라고 불리며 그 아래 병졸들은 '수수'라고 불린다. 이들은 중국의 대표 메신저인 QQ 대화방을 자신들의 '군영(軍營)'이라 부르며 이 곳에서 함께 작전을 모의하고 전략과 전술을 짠다. 이들은 댓글 하나당 평균 0.2위안(한화 35원) 정도를 받는다. 글자수가 500자를 넘으면 개당 0.5위안(한화 80원)을 받는다.

지난해 1월 중국 대학원관리학원의 뤼번푸 부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인터넷 댓글은 3일 이상 지나야 절정에 이르는데 하루만에 댓글이 빗발치는 현상이 가끔 나타난다"며 "이는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인 조작일 가능성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CCTV 역시 "돈을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인터넷 집단이 있다"고 보도했고 "이는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의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마땅한 증거를 찾기 쉽지 않고 이를 제재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그것도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인터넷 알바'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으면서다.

간쑤성 정부 선전부 리샤오제 부장이 간쑤성의 2010년 사업계획을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는 자리에서 "여론을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650명에 달하는 '인터넷 평론가'를 구성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들은 댓글 하나당 0.5위안(한화 80원)을 받고 정부에 유리한 댓글을 달고 있다. 보도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말이 '인터넷 평론가'지, '인터넷 조폭'이나 다름없다"며 비난했다.

◇여론 조작을 '애국'으로 칭송하는 중국=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토분쟁, 위엔화 절상 문제 등 중국의 국익이 걸린 문제들이 불거지자 우마오당이 앞장서 이에 잘못된 의견을 주장하거나 반대론자들을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이들을 '수군(水軍)'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을 지키는 군대는 육·해·공군이지만 인터넷에서 중국을 지키는 것은 수군이라는 것이다.

우마오당은 국익이 걸린 문제에는 함께 단결해 댓글로 대응하지만 평상시에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대부분 기업이나 개인의 의뢰를 받아 기업 상품 홍보, 기업 입장의 해명, 경쟁사 상품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 등의 일을 맡아 한다.

국익을 위해서든, 기업홍보를 위해서든 이들은 여론조작의 첨병임에 틀림없다. 여론조작을 '애국'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인터넷의 특이한 토양 탓에 이들의 '댓글' 알바는 점점 기업화하고 있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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