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타인종과 결혼' 한인 부모들에 물어 봤더니…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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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LA지사 설문조사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를 둔 한인 부모들은 피부색은 다르지만 그들의 배려심과 다른 문화 습득 기회를 갖는 것을 좋은 점으로 여겼다. 아쉬운 점으로는 대화 부재에 따른 관계 소원을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LA지사가 타인종과 결혼한 자녀를 둔 한인 부모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타인종과의 결혼에 따른 장단점이 명확하게 구분됐다.

설문조사 참가자 가운데 45%는 영어 실력이 짧다보니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거리감이 생기고 가족이 아닌 손님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듀오 제니퍼 이 LA팀장은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를 둔 한인 부모들은 그들과 대화가 되질 않는 것을 가장 큰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로 생각한다"며 "자녀들이 중간에서 통역 역할을 맡아 대화는 이어지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좋은 점으로는 '개방적인 사고 방식'을 꼽았다.

설문 참가자 45%는 틀에 박힌 남성우월주의와 유교적 사상이 남아 있는 한국인들과는 달리 남녀평등 정신과 배려가 몸에 밴 타인종 사위와 며느리가 차라리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함께 장을 보고 식사도 같이 준비하는 타인종 사위의 모습을 보고 흡족해 하는 한인 부모가 많다"며 "특히 남존여비 사상에 살아왔던 어머니들은 이러한 타인종 사위의 자상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기자 swp@koreadaily.com

좋은 점은/ 개방적인 사고방식에 미국 또는 다른 문화 경험
나쁜 점은 / 대화안돼 친근감 떨어져 자녀와 한국말 대화도 눈치

#. 김숙자(62·가명)씨는 요즘 백인 사위만 보면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다. 딸아이와 함께 장도 보고 식사 준비를 하는 자상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남존여비 사상 대신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기특했고 또 그런 모습에 행복해 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마냥 보기 좋다. 하지만 소통이 문제다. "사위만 만나면 벙어리가 된다"며 "처음에는 'How are you?'도 해보고 노력해 봤지만 1분 이상 대화가 지속되지 않는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친구들이 한인 사위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부러울 때도 있다"며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나는 글로벌 장모이니까"라며 애써 웃음 지었다.

#. 최승관(65·가명)씨는 라틴계 사위·딸과 함께 한인타운에서 장을 볼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한인들이 라틴계 사위와 딸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뒤편에서 속닥속닥 거리며 흉을 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전보다 주위 시선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색안경을 끼는 사람들이 있다"며 "솔직히 '한인 사위가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자식농사를 우선순위로 여기는 이민사회에서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자녀 결혼이다.

하지만 자식 혼사가 어디 부모 뜻대로만 되는가? 잘 키워놨는데 '짝'을 못 만나 노총각.노처녀가 되는 자녀 모습에 주름살이 늘기도 하고 또 마음에 내키지 않는 '짝'을 만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땅이니만큼 타인종과의 결혼은 자연스레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듀오가 타인종과 결혼한 자녀를 둔 부모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를 둔 한인 부모들의 상당수는 대화가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또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를 두고 자녀와 한국말 대화를 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타인종 며느리를 둔 한 60대 부모는 "아들과 한국말로 대화를 하면 며느리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며 "그냥 꾹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 달 유대인 사위를 맞는 김춘희씨(55)는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거나 관계가 소원해지기라도 하면 친정엄마로서 어떻게 사위를 대해야 하나 걱정"이라며 "사위가 한인이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마찰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반면 '개방적인 사고 방식' 외에 '미국 또는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타인종과 결혼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제니퍼 이 듀오 LA 지사 팀장은 "어차피 미국땅에서 사는데 타인종 사위 혹은 며느리를 통해 미국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에 만족해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이 타인종과 결혼에 것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자녀의 뜻을 따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명이면 10명 거의 다 일단 타인종과 결혼은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자녀가 타인종과 결혼을 결심을 했을 때 그들의 뜻을 존중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골드미스 등 결혼 적령기가 훌쩍 넘은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급해지는 부모들이 "누구와 라도 상관없으니 제발 결혼만 해다오"라는 마음으로 변해가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팀장은 "자녀가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부모들은 조급해지기 마련"이라며 "어떤 부모는 '인종 관계없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주는 것이 효도'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타인종과 결혼을 망설였던 이유로는 '가치관 사고 방식의 차이' 의견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혼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한 부모는 "이 나라가 자유 분방한 분위기다 보니 이혼도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또 '그냥 피가 섞이는 것이 싫다' '한국인 손자.손녀를 보고 싶다' 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듀오측에서 지난 3개월간 LA와 샌호세 지역에 거주하는 타인종 며느리 혹은 사위를 둔 부모들과 1대1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박상우 기자 swp@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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