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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FRNIB가 부동산사업 부정 대출 컨트롤타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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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 전경. 1층에는 영업정지된 중앙부산저축은행, 4층 FRNIB 사무실, 5층에는 워터게이트 갤러리가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 지난 2월 영업정지 된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중앙부산저축은행 건물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 5층에는 부산저축은행 김민영(65·구속기소) 대표의 아들이 운영하는 ‘워터게이트 갤러리’가 있다. 이 갤러리에 보관된 박수근 화백의 그림 등 84억원 상당의 미술품 23점은 고객 예금을 빼돌려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상구 전 회장(左), 박연호 회장(右)

 이 갤러리 바로 밑 4층에는 ‘FRNIB’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61)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들이 2007년 설립한 회사다. 박 회장 등 최근 구속된 대주주 경영진 4명과 그 가족들이 전체 지분의 65%를 보유한 대주주다. 검찰이 FRNIB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박 회장 등 대주주들이 특수목적법인(SPC) 120개를 설립·운영하면서 4조5000억원대의 부동산 PF 자금을 부정 대출해 준 것과 관련해서다. 박 회장 등은 FRNIB를 통해 SPC 수익금 가운데 최대 50%까지 투자 자문료로 받아 챙겨왔다. 또 SPC의 경영에 대한 투자가치·사업성을 직접 결정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FRNIB가 투자자문을 하면서 사실상 부산저축은행그룹의 SPC 사업 확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 회장 등이 전국 각지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부정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FRNIB가 이 같은 역할을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FRNIB가 1000억원대가 넘는 자금이 투입된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그 지역 유력 정치인들과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한 로비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해 진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RNIB 측이 지난 3월 30일 주주총회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대주주들에게 보낸 안내장. 맨 왼쪽부터 박연호 회장, 김민영 은행장, 김양 부회장, 강성우 감사의 이름이 주식 수와 함께 표시돼 있다. [임현주 기자]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들은 임직원 차명으로 설립된 SPC의 투자자문을 해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수익 배분율은 5대 5, 4대 6, 1대 9로 전체 수익의 10~50%를 가져갔다.

 FRNIB는 김기현 부산저축은행 고문이 대표를 맡았고 산경M&A 김성진(59·불구속 기소) 대표가 이사로 일했다. FRNIB는 부동산 개발업, 에너지·자원 개발, 인수합병, 부실채권 자문, 프로젝트 금융, 자산담보부 금융, 기타 대행·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대부분의 SPC 사업에 대해 투자부터 설립·운영까지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남 서해안 풍력단지 조성, 선박사업 등 SPC 사업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SPC인 효성도시개발㈜이 추진했던 인천시 효성동 재개발 사업과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사업 등에 FRNIB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구속된 건설업자 윤여성(56)씨가 2006년부터 김양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인천시 효성지구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시행사로부터 “사업권을 150억원에 사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5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확인하고 받은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글=임현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임현주 기자

◆FRNIB=부산저축은행그룹이 PF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2007년 설립한 투자자문사. PF 사업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자문 및 사업타당성 검토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PF 대출을 위한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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