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국제회의 활동으로 명문대 뚫은 심선우·조영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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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강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심선우(대일외고 졸,왼쪽)씨와 미국 유펜대학에 합격한 조영찬(청심국제고 졸,오른쪽)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고교 3년간 한 가지 비교과 활동을 꾸준히 지속·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들이 집중한 비교과활동은 ‘모의국제회의’다. 계속 변화하는 국내외 입시제도의 비교과활동 핵심을 정확하게 궤뚫고 합격에 성공한 두 사람을 만나 비교과활동 성공기를 들었다.

영어면접·자기소개서 작성에 유용

 “모의국제회의 활동이 입시전형에서 영어면접을 치를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격식을 갖춰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거든요.” 영어우수자를 선발하는 서강대 알바트로스 전형에 합격한 심씨는 격식차린 영어(formal English)를 익힐 수 있는 점을 모의국제회의 활동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순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과 형식을 갖춰 정중하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단상에서 40여 명의 의원을 이끌어갔던 의장 경험은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길러줬다. 각위원회에서 사용하는 경제·정치 전문 어휘를 익힌 것도 경영학과 지원에 도움이 됐다.

 조씨도 리더십 향상을 장점으로 세웠다. 상대의 입장과 내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의 자세가 길러진다는 것이다. 조씨는 “경쟁구도로 구성된 여타 영어대회와 달리 모의국제회의는 진행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며 “각 나라나 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많은 의원들의 요구를 조율하며 결의안 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자세가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영어로 말할 기회가 충분한 것도 매력적이었다. 처음 영어 말하기를 시작할 때 저지르기 쉬운 단어 반복사용, 한번 시작한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실수들이 말을 많이 할수록 저절로 교정됐다. 심씨는 “영어토론·말하기 대회에도 나가봤지만 참가자끼리 말할 기회가 부족하고 정해진 순서가 지나면 다시 말할 수 없어 늘 아쉬웠다”며 “모의국제회의는 며칠 동안 진행되는 대회기간 중 수시로 참가자들 간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식·비공식 회의가 열리고, 노력하는 만큼 발언 시간도 확보할 수 있어 영어말하기 실력향상에 유용했다”고 말했다.

학년별로 단계적 발전 보여야

 이들도 처음부터 정확한 방향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씨는 청심국제고에 입학한 직후 10개가 넘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어떤 활동이 자신에게 맞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한 목표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적성과 흥미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신문과 각종 인터넷 유학 정보 공유 사이트, 주위 선배들의 조언도 닥치는대로 수집했다. 이렇게 알게 된 수많은 대회와 교외활동에 빠지지 않고 도전했다. 1학년을 마친 뒤 2학년으로 올라와서는 ‘국제활동’이라는 주제를 정해 활동을 대폭 줄였다.

 조씨는 “10개가 넘던 동아리를 3개로 줄이고, 봉사활동과 국제개발 연구 활동 등 전체 5개의 활동에 집중했다”며 “공부시간과 비교과 활동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5개 활동 분야에서 모두 크고 작은 상을 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모의국제회의 활동을 펼친 것도 이때였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3학년이 됐을 때 국내에서 시행되는 크고 작은 4개의모의국회·유엔회의에서 총의장과 부총의장등 최고직을 맡으며 화려하게 경력을 마무리했다. 심씨도 1학년 때 다수 출전한 모의국제회의 경력을 활용해 2·3학년 때 부의장과 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심씨는 “1학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별 준비 없이 나가 고생도 많이 했지만, 여러 대회에 출전할 수록 경험이 쌓여 대표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직을 맡으면서 단순 참가자일 때와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고 이런 것들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대회 출전…사전 준비 충실해야

 모의국제회의 활동은 정치·경제분야에 관심이 있고 세계 무대진출을 꿈꾸는 학생에게 적합하다. 심씨는 “모의국제회의 활동은 얻는 점이 많은 만큼 준비할 것도 많은 활동”이라며 “처음 시작한다면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감각을 익히되, 대회 전엔 충실히 준비해 참가하는 대회마다 다양한 성과를 내도록 목표를 잡아보라”고 권했다. 낯선 격식 차린 영어 형식과 의전은 교내의 모의국제회의 동아리에 가입해 공부하거나 미리 참가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여러 참가자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려면 CNN이나 BBC 뉴스 대본을 출력해 혼자 말하기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모의국제회의 수상을 위한 비법이 따로 있을까. 조씨는 “다루는 의제가 하나이다보니 앞 사람이 이미 한 주장과 근거를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세부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는 참가자가 의장에게 주목 받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살다 온 영어실력만 믿고 불필요한 내용만 길게 말하는 참가자도 수상에서 먼 유형이다. 심씨는 “부실한 내용은 좋은 발음이나 태도로 덮어질 수 없다”며 “한국식 발음이라도 말하는 내용 속에 주제를 깊이 연구한 흔적이 묻어나는 참가자가 수상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고교 비교과활동 이렇게 준비해 보세요

1. 1학년 때는 가능한 한 많은 활동에 참여해 적성과 흥미를 파악하세요.
2. 2학년 때는 관심분야에 맞춰 활동범위를 줄이고 집중하세요.
3. 부족한 영역을 수시로 파악해 공부시간과 비교과활동 시간을 조정하세요.
4. 3학년 때는 관심분야 활동의 최고직에 도전해보세요.
5. 비교과활동 중 느낀 점과 발전한 점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내세요.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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