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두발제한 항의 집회 열려…"인권 억압 비민주적 행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중.고생의 촛불집회 및 자살학생 추모제가 열린데 이어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중.고생 두발제한을 규탄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는 이날 오후 3시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중.고교생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발제한폐지.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거리축제'를 열었다.

▶ 14일 오후 광화문거리에서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두발제한 폐지를 위한 거리축제에서 학생들이 청소년 두발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학생들 참여 저조…네티즌들 의견 엇갈려

이들은 두발제한을 '학생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비민주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를 근거없이 강제로 자를 경우 똑같은 징계를 받을 것
▶ 학생인권 침해 발언시 공개사과 및 화장실 청소
▶ 사전동의없이 수업을 빼먹을 경우 결근 및 감봉 처리 등의 요구사항을 내놨다.

이날 집회에서 한 고교생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마지막 바리캉'이라고 쓰인 상자에 넣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도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열린 시민마당에서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발 자유를 위한 청소년 행동의 날' 촛불문화제를 열어 청소년 현실을 고발하는 영상과 공연을 선보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장소 주변에 2000여명의 경찰을 배치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직원과 각 학교 교사 등 800여명을 동원해 질서유지 및 현장지도 활동을 벌였다.

◇ 학생들 참여 저조한 이유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연이어 열린 두 개의 '두발규제 철폐'에는 수백여명에 불과한 학생만이 참석했다.

두 집회 모두 참가한 '복수 참가자' 등을 감안하면 참여 학생은 더 적어진다.

예상참가인원을 놓고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측은 "(참가인원을)예상하기 힘들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우선 "교육부의 두발규제 완화 권고안이 일선 학교에 내려오는 등 학생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만큼 '교외집회'에 참석할 이유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지도를 나온 서울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부터 학생과 학부모.교사가 참여하는 '3자 위원회'를 만들어 두발.복장 관련 규정 완화를 논의 중"이라며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이같은 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되고 있어 학생들도 '학내에서 (두발규제철폐 등을)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잇딴 도심시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집회참가 자제를 불러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와 주요 포털 사이트 등에는 이들의 집회를 비난하는 의견이 많았다.

중앙일보 사이트에 글을 올린 백낙현씨는 학생들에게 "이번 기회에 아예 학교도 없애달라 하면 공부도 안하고 학원도 안가는 등 모든 스트레스에서 해방아니냐"고 비꼬았다.

직장인 김세진(34)씨는 "한참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두발규제철폐' 등 구호를 외치면서 시내까지 나오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발규제철폐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각급 학교들이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막기 위해 '두발자유화'등을 약속하는 당근과, '참가시 징계처분'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수기.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