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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박근혜 “선거의 왕도는 공천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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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회동 시간과 장소는 비밀에 부쳐졌다. 친박근혜계 중진인 서병수 의원조차 “두 분이 만나는 줄 몰랐다”고 했을 정도였고, 기자들은 만남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삼성동 주변 몇몇 호텔에 진을 치는 등 법석을 떨었다. 회동은 황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지만 비공개로 하자고 한 쪽은 박 전 대표 측이었다고 한다. 서로 ‘속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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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다음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수첩에 메모해 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공개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는 ‘선거의 왕도(王道)’를 말했다 한다. “선거는 당이 국민과 함께 당무를 해나가는 것으로 (평소에) 준비하는 게 왕도이고, 원칙이다. 선거는 표를 의식해서 치른다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평상시에 국민의 입장에서 해나가는 당의 여러 가지 모습, 그 자체에 의해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가 이른바 ‘학살 공천’을 당하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이명박 대통령 측에 배신감을 표출한 적이 있다.

 황 원내대표가 “내년에 총선·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표가 이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의 ‘선거론’을 얘기했다 한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보다 당이 평소에 늘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친박계 의원들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7월 4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규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헌·당규를 고쳐 대선주자가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게 하자는 당권·대권 통합 논의에 대해 그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는 2005년) 쇄신안에 의해 확정이 됐는데, 선거나 당면 과제가 있다고 해서 그런 철학이나 흐름을 뒤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뜻도 아울러 밝힌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는 현행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두 가지 제도는 박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2005년 당 혁신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당 대표의 독점적 권한을 줄이는 내용의 혁신위 개혁안에 대해 당시 박 대표 측 일부에서 반발했지만 박 전 대표는 “한 글자도 고치지 말라”고 했었다.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의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선 “계파에 의한 전당대회로 보이는 것을 불식하기 위해 충분한 선거인단 확대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달 말까지 전당대회 룰(rule)을 정하기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도 선거인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20일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대통령에게도 전달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원내대표
[現] 한국청소년연맹 총재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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