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테리아 천연 시멘트’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박테리아 시멘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스포로살시나 파스퇴리아이 박테리아의 모습(왼쪽 위 동그란 사진). ①~③은 이 박테리아가 만든 방해석(시멘트의 원료) 결정을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확대한 사진이다. [방숙희 교수 제공]

미국 중북부 사우스다코타주의 상징은 ‘큰 바위 얼굴’이다. 키스톤 인근 러슈모어산 정상에 새겨져 있는 4명의 미국 대통령(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테어도어 루스벨트) 상을 보러 매년 2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이 지역은 기온 차가 크고 눈비가 잦다. 이 때문에 화강암으로 된 두상 표면이 잘 갈라진다. 미 국립공원관리국(NPS)이 실리콘 봉합제 등을 이용해 계속 보수를 하지만 원석과 봉합제의 열 팽창도가 달라 균열이 반복되고 있다.

 1994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방해석(CaCO3·탄산칼슘·시멘트의 원료 성분)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주입해 균열을 봉합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천연 시멘트’다. 반영구적일뿐더러 친환경적인 해법이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러슈모어국립공원 인근 사우스다코타광산기술대(SDSMT) 화학생명공학과의 방숙희(61·사진) 교수. 방 교수 연구팀은 전미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아 실제로 콘크리트 벽돌 틈에서 석회석을 ‘길러 내는 데’ 성공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말. 이 박테리아 시멘트(Bacterial cement)를 ‘세상을 바꾼 베이비붐 세대의 발명 25’(표 참조) 중 하나로 선정했다. 주사형(走査型) 터널링 현미경(노벨 물리학 수상자 게르트 비니히), DNA 감식법(알렉 제프리), 최초의 이식형 인공심장(로버트 자빅) 등과 함께다. 중요도 순서로 따지면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만든 PC 애플 II보다 먼저 꼽혔다. 발명의 날(19일)을 앞두고 방 교수를 두 차례에 걸쳐 e-메일로 인터뷰했다.

 -박테리아 시멘트의 원리는.

 “흙 속 박테리아들은 보통 질소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박테리아가 요소에서 질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데, 암모니아가 물과 반응하면 방해석이 만들어진다. 자연 상태에선 이 과정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데, 적정 수준으로 집적한 미네랄과 우레아제(urease·요소의 가수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를 공급하면 방해석 침전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진다.”

 -어떤 박테리아를 사용하나.

 “스포로살시나 파스퇴리아이(Sporosarcina pasteurii)를 쓴다. 다량의 우레아제를 만들뿐더러 방해석 성장을 위한 핵 형성 장소 역할도 한다.”

 -균열 부위에 주입하는 방법은.

 “보통은 박테리아를 모래와 섞은 뒤 배양액(medium)을 첨가해 넣는다. 아주 미세한 균열 부위에는 박테리아·배양액을 혼합한 액체 형태로 주입한다.”

 -봉합에 얼마나 걸리나.

 “방해석이 생성되는 데는 통상 2~3일이 걸린다. 하지만 단단히 굳을 때까진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일반 콘크리트와 마찬가지다.”

 -박테리아 시멘트의 장점은.

 “기존의 분말 혹은 점성 봉합제를 사용하기 힘든 미세 균열 부위에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틈을 메우는 게 아니라) 원석과 하나가 돼 재균열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방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 데이비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bioremediation) 전문가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