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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대한 환상을 깨라

중앙일보

입력

요즘 같은 자아도취의 시대에는 모든 것에 ''최신'', 또는 ''최대''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터넷에 유별난 중요성이 부여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경향 때문이다.

아메리카 온라인(AOL) 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21세기를 ''인터넷의 세기'' 라고 부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인쇄기 발명에 비견되는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들은 역사적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우리가 1900년에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TV는 고사하고 영화조차 없었다. 비행기도 아직 발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헨리 포드가 T모델 자동차를 생산한 것도 1908년에 이르러서였다.

당시 미국에서 전화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10% 미만, 전력을 공급받는 가구는 8%도 채 안 됐으며 항생제도 발견되지 않았었다. 인터넷은 그런 발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위의 발명들은 하나같이 생활양식과 사회적 통념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자동차는 미국에 교외주택 붐을 일으켰고 대중여행의 시대를 열었다. 또 항생제와 백신, 그리고 공중보건의 향상은 1900년 47세이던 인간의 평균 예상수명을 오늘날 77세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전기 등 기술의 발달과 현대적 경영에서 비롯된 富의 폭발로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여가가 늘어났으며 영화와 TV는 대중문화를 변형시켰다.

인터넷의 궁극적인 중요성을 예견하기에는 그 역사가 너무 짧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성급한 예견들이 사실로 입증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주요 기술혁신 가운데 인터넷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된 것은 없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인터넷 이용자는 극소수 컴퓨터狂에 국한됐지만 1999년 미국의 인터넷 연결 가구는 전체의 38%에 이르렀다. 이는 라디오의 보급 속도와 대략 맞먹지만 TV(1950년 9%에서 1960년 87%로 증가) 보다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물론 인터넷은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 예컨대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차세대 인터넷 기술에 대한 도박이다. 현재 대다수 개인 이용자들은 모뎀과 구식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러나 차세대에는 전송 속도를 극적으로 높여주는 ''광대역'' 테크놀로지가 사용될 것이다.

미래에는 인터넷과 TV, 그리고 전화가 한데 합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AOL과 타임워너의 웅대한 전략은 전송 서비스(타임워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케이블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다) 와 ''콘텐트'' (인터넷부터 영화·TV 프로·잡지·음악, 또는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까지) 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야망을 품고 있지만 이런 비전들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기술은 인간의 삶의 양상을 변형시킬 때 비로소 역사적 무게를 갖게 된다. 인쇄기 발명은 문맹퇴치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유럽의 종교개혁을 촉발했으며 손쉬운 정보교환을 통해 과학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또 19세기 철도의 출현은 미국에 진정한 전국 규모의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대량생산 문화와 소비자 사회를 탄생시켰다. 인터넷이 그런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자우편이나 마케팅을 위한 수단 이상의 것이 돼야 한다.

특히 기업 간 상거래에서 인터넷은 가격경쟁을 늘리고 공급업체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정도의 문제일 뿐 본질에 관계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소비자들에게 대중시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정보의 분배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개개인이 독립적인 생산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를 위한 새로운 법칙들''(New Rules for the New Economy) 을 저술한 ''와이어드'' 誌의 케빈 켈리는 "인터넷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10년 후 인터넷 이용자는 현재의 10배에 이를 것" 이라고 주장했다(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1999년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5천 8백만 명이었다).

인터넷은 글로벌 상거래를 가속화하는 한편 각국의 정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터넷에 관한 큰 문제들은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인터넷이 개인의 자율성을 증진시킬지, 아니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지. 또 개인의 경제적 독립성을 높일지, 아니면 기업의 힘을 확장시킬지가 그런 문제들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들 문제에 대한 해답에 앞서 경제적 생존능력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소매 전자상거래 실적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1999년 소매 전자상거래가 미국 소비자 소비에서 차지한 비율은 0.5% 미만이었다.

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광고업체 유니버설 매캔의 로버트 코언은 1999년 미국 전체 광고업계 수입 2천 1백 50억 달러 중 인터넷 광고가 차지한 금액은 18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터넷에 대한 투자는 조만간 투자 수익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단될 것이다. 또 인터넷 사업이 번창한다 해도 과거의 굵직한 발명품들보다는 작은 규모에 머무를 가능성이 많다. 1940년대 테네시州의 한 교회 집회에서 어떤 농부가 던진 말이 우리의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여러분의 가슴 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지니는 것이요, 그 다음은 여러분의 가정에 전기를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과연 전기처럼 위대한 발명을 능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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