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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께 달러당 1천50원선…적정 환율과 올 환율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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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말 이후 환율이 급속히 하락함으로써 수출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주체들에도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환율 하락세가 어디까지 지속되고, 과연 적정 환율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지대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2000년 환율을 전망해 보면 99년과 마찬가지로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직·간접 투자자금 유입 등에 의한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우위로 환율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수입 수요 증가로 99년의 2백60억 달러보다 2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외국인 직·간접 투자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순유입세를 지속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0년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여 연말께는 1천5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0년 상반기까지는 대우그룹 및 투신사 구조조정의 파장이 전체 금융시장에 계속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환율은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그리고 현재의 환율이 적정 수준인지도 중요한 관심사인데, 적정 환율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실질 실효환율, 손익분기점 환율, 구매력 평가 환율 등이 있다. 실질 실효환율은 현재의 환율에 주요 교역 대상국의 물가와 교역량 비중 등을 적용해 산출하고, 손익분기점 환율은 국내 수출 기업의 이익이 0이 되는 환율 수준을 의미한다.

그밖에 구매력 평가 환율은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하나의 상품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며, 대표적으로 빅맥 햄버거 가격을 이용한 빅맥 지수가 있다.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을 이룬 93년을 기준으로 실질 실효환율을 계산해 본 결과 99년 10월 기준 9백50원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손익분기점 환율은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전체 평균 1천1백20원이고, 빅맥 지수를 이용한 적정 환율은 1천원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의 1천1백20원대 환율 수준이 여전히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나 원화(가치)
절상 압력이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 단가(달러화 기준)
가 2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각국의 소비자 물가를 기준으로 한 실질 실효환율은 너무 고평가된 측면이 많다. 실제로 교역재 물가를 기준으로 한 실질 실효환율은 1천1백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빅맥 지수도 현실을 모두 다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빅맥이 25% 정도 싸고 중국은 절반 가격도 되지 않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율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는 환율의 변화 속도를 조절하는데 환율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의 변화 방향보다는 환율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거나 변동폭이 확대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단기 자본의 유출입 규모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를 감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요구된다.

기업들은 환율 하락 추세가 대세임을 인식하고 가격 경쟁력 중심의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을 시급히 제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반도체, 선박 등 몇몇 수출 제품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에 도달해 있지만, 대부분의 수출 제품들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길이 먼 상태이다.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기술 개발 및 고부가가치화가 더욱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표준의 품질에 도달해 있지만, 대부분의 수출 제품들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길이 먼 상태이다.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기술 개발 및 고부가가치화가 더욱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정희식 현대경제연구원 주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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