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랑이·사자 죽을 때까지 싸움 붙이는 평양 동물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동물원. 예산이 부족한 이 동물원은 당나귀에 줄을 그어 얼룩말처럼 보이게 했다. [마더 네이처 네트워크]


북한 평양 교외에 있는 중앙동물원이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 중 하나로 뽑혔다.

 미국의 환경 뉴스 사이트인 ‘마더 네이처 네트워크(MNN)’는 18일 세계 각국의 동물원이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동물원은 19세기 방식대로 좁은 우리 안에 동물을 가둬두고 있다며 대표적인 6곳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평양 중앙동물원의 수족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고 있다(위쪽 사진). [마더 네이처 네트워크]

 평양 중앙동물원이 선정된 것은 동물을 학대했다는 것이 이유다. 호랑이·사자·곰 같은 멸종위기종을 몇 시간씩 서로 거의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고 누가 이기는지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의 맹수 싸움 동영상에서는 동물원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싸움을 붙인 사실이 엿보인다. MNN은 평양 중앙동물원을 소개한 사진으로 2008년 12월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물원 내 수족관 시설을 둘러보는 장면을 게재했다. 평양 중앙동물원은 1959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설치됐고, 5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모든 것이 부족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동물원은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동물이라고는 사자 두 마리, 원숭이 몇 마리, 새들과 토끼·고양이·강아지 정도다. 얼룩말처럼 보이도록 검고 흰 줄을 페인트로 칠한 당나귀도 있다. 원래 이곳에도 진짜 얼룩말이 있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사이의 전쟁 탓에 제대로 먹지 못해 죽었다. 동물원 측은 얼룩말을 새로 도입할 예산이 없어 가짜 얼룩말로 대체했다.

 그리스 북쪽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의 동물원은 ‘동물 감옥’이라 불릴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원숭이 같은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다 타일이 박힌 바닥 위에서 지내고 있다.

 이 밖에 이집트 카이로의 기자 동물원은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을 우려해 도살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동물원 동물들도 오랜 전쟁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동물원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동물원에서는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동물 복지를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과천 서울동물원에서는 침팬지를 위해 세계에서 제일 높은 24m의 정글타워라는 놀이시설을 설치했고, 지난해 말 탈출했던 말레이곰 ‘꼬마’에게는 이달 초 친환경적인 방사장 형태인 새 보금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MNN은 팝 밴드 ‘롤링스톤스’의 멤버였던 척 리벨이 중심이 돼 만든 웹사이트로 2009년 1월부터 환경과 사회적 책임 관련 뉴스를 게재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