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영 메가뱅크는 정답이 되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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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논란이 뜨겁다.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합병하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다. 지난해 무산된 우리금융의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그제 발표됐다. 금융지주회사가 정부 소유의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인수 요건도 완화해 주기로 했다. KB, 신한,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은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산은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우려할 만하다. 물론 메가뱅크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원전 수출이나 고속철도 수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에 입찰 경쟁을 벌일 때 금융조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같은 메가뱅크가 한국에도 있다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육성 방법이다. 메가뱅크가 아무리 필요해도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메가뱅크는 정부가 억지로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금융의 삼성전자’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다.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했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이 높아졌을 때 비로소 메가뱅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금융인도 육성해야 한다. 메가뱅크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경영할 금융인이 없다면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만 될 뿐이다. 일본이 과거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의 메가뱅크를 만들었지만 경쟁력 제고에는 실패했다.

 우리금융을 민영화한다면서 국영인 산은에 넘기는 것도 이상하다. 덩치를 키운 후 산은을 민영화하겠다지만 우리금융도 쉽지 않은 터에 덩치가 훨씬 커진 국영 메가뱅크의 민영화는 더 힘들다. 또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게 민영화의 목적인데, 산은의 인수 자금도 따지고 보면 국민 돈이다. 국민의 한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다른 쪽 주머니를 채우는 꼴이다.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를 통한 국영 메가뱅크 만들기는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