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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서울성곽 구름다리로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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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남대문 주변에 육교와 하부 지형물을 설치해 서울성곽을 복원한 모습(위쪽 조감도). 위로는 성곽이 지나가고 아래에는 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곽이 있었던 도로 표면엔 성곽의 흔적을 나타내는 낮은 지형물이 설치된다. 성곽이 끊어져 있는 서울 낙산공원에는 육교 형태로 성곽을 이을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도로나 주택이 들어서 있어 복원이 어려웠던 서울성곽 5.1㎞ 구간이 구름다리형 구조물과 바닥 지형물로 이어진다. 현재 서울성곽 전체 18.6㎞ 중 도로로 단절된 구간은 창의문, 흥인지문, 장충단길 등 45곳의 1.1㎞다. 또 주택이 들어서거나 사유지로 구분돼 연결이 끊긴 구간도 4㎞에 달한다. 서울시는 일제 강점기에 파괴되고 무너진 18㎞ 길이의 서울성곽을 2014년까지 모두 잇겠다고 18일 밝혔다.

 복원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구름다리형 방식이다. 단절된 양쪽 성곽의 윗부분을 구름다리로 잇고 아래는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숭례문 서측과 창의문, 서울시장 공관, 혜화문, 낙산공원, 흥인지문, 장충단길 남소문지, 소월길 등 9곳 392m 구간이 대상이다.

성곽의 흔적만 겨우 남아있는 광희문과 장충체육관 등 36곳 734m 구간은 성곽이 있던 자리의 도로 표면에 화강석을 가공해 넣는 방식으로 복원된다. 특히 숭례문~상공회의소 사이의 128m 구간은 사대문 안의 옛 도성으로 들어간다는 상징성을 감안해 상부에는 구름다리를, 도로 표면은 화강석으로 꾸미기로 했다.

또 성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서소문~사직단, 혜화동, 흥인지문~장충동 등 약 4㎞ 구간에는 보도블록 등을 활용해 과거에 성곽이 있었다는 표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성곽 복원을 위해선 2014년까지 모두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복원을 마무리하면 2015년께 서울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선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돈을 들여 성곽 흔적을 표시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은 “도로 바닥을 성돌처럼 가공했다고 해도 이것은 도로이지 성곽이 아니다”며 “오히려 운전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 현동석(34·서울 서초구)씨도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들이 도로 표면이 달라지는 곳에 진입할 때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기획관은 “도로 표면을 화강석으로 꾸미는 부분엔 30m 앞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 사고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서울성곽=서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 도성(都城).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 축성됐다. 총 길이는 18.6㎞다. 일제시대에는 도시계획이라는 구실로,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파괴됐다. 현재 삼청동·장충동 일대의 성벽 일부와 남대문·동대문·동북문·홍예문만이 남아있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0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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