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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 <55>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특별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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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동반성장과 한국의 기업문화’를 주제로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가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선진화포럼 제공]


초과이익공유제 화두를 꺼내 한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다시 적극적인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위원장은 17일 “이익공유제는 반시장적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국내 기업상황을 반영한 시장친화적인 실행모델을 연구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행토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중앙일보 후원) 55회 월례토론회 특별강연에서다.

 이는 그간 재계·정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던 초과이익공유제를 계속 추진하되 우리 기업 현실에 맞게끔 손질해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강연 직후 기자와 만나 “오늘 강연은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청와대의 뜻과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중소기업인 4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실적 위주로 하는데 실적 위주는 남의 희생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대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지속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 5월 17일자 1면>

 그는 “충분한 배경설명 없이 너무 일찍 ‘초과이익공유제’를 꺼내 그동안 엄청나게 시달렸다”며 “‘공유’란 단어가 마치 강제적 집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져 반시장적 정책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통한 동반성장은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양극화는 북한발 안보 위협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통합과 체제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일자리가 확대됨으로써 중산층이 안정화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갈수록 살찌는데 중소기업은 여위고 있다”며 “2000억~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 대표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과거보다 심해져 이민 가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심지어 갑(甲)인 대기업과 을(乙)인 중소기업의 계약은 항상 을이 죽는다는 의미에서 ‘을사(乙死) 조약’이라는 말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전체 매출(해외 매출 포함)은 603조3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국민총생산의 51%에 해당한다. 대기업 세전 순이익률은 2007년 7.9%에서 지난해 8.4%로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되레 3.8%에서 2.9%로 떨어졌다. 또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의 가격결정과 이익배분제도에서 대기업은 이익을 내지만, 중소기업은 기본 이익 마진만 얻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동반성장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분배문제를 고려하는 진일보한 복지 개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초과이익공유제의 개념에 대해 “(대기업의) 파이를 뺏어서 나눠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파이를 나누는 비율을 미리 정해 결국 파이를 크게 만드는 ‘윈윈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동원해 상당한 정도의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면 그중 일정 부분은 임직원을 위한 인센티브로 사용하되, 다른 일정 부분은 협력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비축해 쓰도록 하자는 취지”라면서 “처음에는 오해도 있었지만 취지와 내용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판매수입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 등 이익공유제의 추진을 위한 실천방안을 연구 중이며,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까지는 생각 못해 봤다”며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분당을 공천과 관련해서는 “출마 압력을 많이 받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를 맡은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아 국회로 가는 것이 내 양심에 거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릴 때부터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아 항상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직을 맡았다”면서 ”서울대 총장은 열심히 했고 성과도 좋았지만, 총리는 열심히 하긴 했는데 세종시만 보이는지 ‘세종시 총리’라고 기억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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