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안먹어도 버티는 전투식량 … 치료제를 넘어선 ‘패치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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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니코틴 패치로 금연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얀센이 판매 중인 진통제 ‘듀로제식 디트랜스’는 먹는 약이 아니라 붙이는 패치형이다. 이를 피부에 붙이고 있으면 72시간 동안 일정한 속도로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펜타닐’이 몸으로 흡수된다. 먹지 않다 보니 구토 또는 위장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움직이기 쉽지 않은 암환자를 포함해 신경병성 통증, 골관절염, 하부요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구입할 수 있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피부를 통해 약효성분을 투입시키는 기술과 패치에서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먹어야 했던 약들이 붙이는 패치로 변모하고 있다.

 패치 시장도 커지는 중이다. 미국 저널인 ‘어드밴스드 드러그 딜리버리’는 2007년 100억 달러에 달했던 패치 시장이 2009년 120억 달러로 커졌고, 2014년 22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3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시장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멀미약 출시부터 시작된 패치 시장은 니코틴 패치인 금연보조제로 반등하더니 호르몬제와 각종 치료제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엑셀론’ 패치가 그 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의 소화관은 운동능력이 떨어져 약물 흡수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했다. 피부를 통해 24시간 내내 약물을 고르게 전달함으로써 혈중 약물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패치는 치료제뿐 아니라 전투식량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정상적인 급식이 어려운 악조건에서도 전투원들이 패치를 붙여 인체활동에 필요한 비타민과 건강식품 성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목적으로 한국 육군이 연구개발 중이다. 패치형 전투식량 1개로 최대 4일까지 작전을 수행케 하는 게 목표다. 전투식량 개발 계획은 미국 국방부가 2000년 8월에 발표한 경피투과 방식 영양전달시스템(TDNDS) 개발 계획으로부터 발전했다.

 삼양사 중앙연구소에서 니코틴 패치인 ‘니코스탑’ 개발을 주도한 이헌한 책임연구원은 “약물 입자가 큰 경우에는 피부 모공을 뚫고 약물이 투과되기 어렵다”며 “약물 투과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면 앞으로 패치의 용도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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