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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 The Beach

중앙일보

입력

〈비치 The Beach〉. 미국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하는 이 영화는 주연배우와 감독(거기에 촬영감독까지)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영화다. 청춘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쉘로우 그레이브〉〈트레인스포팅〉으로 영화 팬들의 지지를 얻었던 감독 대니 보일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뭔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감독 대니 보일은 영화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팬들을 끌기에 충분하고,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쥐의 이름은 그보다 좀 더 심각한 영화광들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 거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존재는 스타에 광적으로 집중하는 팬들은 물론 일반적인 영화 팬들(그에게 어느 정도 호감만 있다면)까지 포괄하기에 유효한 이름이다.

그렇게, 영화 〈비치〉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적절한 이름들의 조합으로 크레딧을 장식하고 있는 영화다.

<비치>는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태국으로 배낭여행을 온 미국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이국적이지만, 상업화되고 물신화된 태국의 자연풍광에 만족하지 못한다. 어느날 밤 그는 자신의 옆방에 투숙한 대피 덕(로버트 칼라일)에게 환상적인 해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음 날 그곳으로 가는 지도가 자신의 방문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더불어 자살한 대피 덕의 시체도....

리처드는 옆방 커플인 에티엔과 프랑소와즈라는 프랑스인들과 함께 그 미지의 해변을 찾아 가기로 한다. 그리고 도정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들에게 리처드는 여행자의 책임의식에 따라 환상의 해변으로 가는 지도를 남긴다.

섬 안에 있어 바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해변. 세 명의 일행은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의 대마 밭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다. 그곳에서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 나가는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 셋도 그 생활에 합류하게 되지만, 불안한 기운은 이미 잠재되어 있다.

영화는 리처드 일행이 환상적인 해변을 찾아 공동체 생활에 합류하게 된 다음부터 분위기가 두 갈래로 나뉜다. 당연히 앞 부분은 이 환상적인 낙원에 대한 칭송이자 헌사이며, 다음은 이와 반대되는 불안한 그 무엇이다.

낙원의 공동체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원주민과도 일정한 규약 속에 서로의 생활을 존중한다. 집단은 서로 생활에 필요한 노동을 분담하고 있으며, 그것이 끝난 뒤에는 하고 싶은 유희를 벌이며 삶을 즐긴다(정말로!). 게다가 햇볕은 화창하며, 모래는 눈처럼 하얗고, 바닷물은 투명할 정도로 푸른 색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속세의 모든 근심이 떠난, 그리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그것들과 부딪힐 필요도 없는 낙원인 셈이다. 하지만 완벽한 낙원은 곧 그 자신이 가진 완벽성 때문에 불안의 씨를 잉태한다.

아예 인간이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누군가 그곳을 알았다면 이 불안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낙원을 순수한 상태로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접근을 불허하지만,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가? 그들은 그곳을 동경한다.

사람이 이것을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거나, 완전한 비밀로 유지하려 하더라도 이것은 인력(人力)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함은 지켜지지 못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불행을 불러 올 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상향을 바라고 거기에 가고 싶어한다. 이 과정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리고 이상향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이 시도는 점점 의미를 갖게 된다. 지키려는 자는 그래서 점점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로 변해 간다. 그 모습은 굉장히 비인간적이며 잔혹하고 끔찍스럽다.

환상적인 해변을 배경으로 해서 대니 보일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이것이다. 누구나 유토피아를 갈망하고 순수함을 동경하지만, 그것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며 지킬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낙원은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다만 그는 낙원에 대해 단 하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혹은 기억, 추억) 속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마지막 장면으로 입증할 수 있다.

어쨌든 대니 보일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치관은 너무 정석적이라 그다지 새로운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그는 이 과정을 그럭저럭 설득력있게 보여 주고는 있다. 〈비치〉라는 제목은 "이상향"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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