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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작가회의서 만난 시인 옌리가 말하는 중국 문단 표현의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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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중 작가회의에서 만난 한국의 이시영(왼쪽) 시인과 중국의 옌리 시인. 이씨는 “옌리는 체제 비판적이지만 과격하지는 않다. 한국 시인 김수영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참가하는 한·중 작가회의. 올해로 5회째를 맞아 지난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행사에 중국의 저항시인이자 화가인 옌리(嚴力·57)가 참가했다.

 옌리는 최근 중국 당국에 체포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처럼 과격한 반체제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예술표현의 자유를 위해 천안문 사태 같은 극히 민감한 사안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1970년대 후반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검열이 싫어 작가회의 가입을 거부했다. 중국에서 작가회의에 속하지 않으면 정부가 주는 월급을 받을 수 없고 작품 발표 길도 막힌다.

 대신 그는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화가로 생계를 유지하며 시를 썼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시 잡지를 발행해 검열 통과가 어려운 중국 본토의 젊은 시인들 작품을 소개했다. 이 때문에 그는 중국의 젊은 시인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 행사 기간 중 시안 지역 시인들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시인 이시영씨의 도움을 받아 그를 인터뷰했다. 중국 내 표현의 자유를 주로 물었다.

 -작가회의 소속이 아니면 작품 발표도 못한다고 들었다. 시집은 어떻게 내나.

 “홍콩에서 국제 도서번호를 따서 시집을 낸다. 시집 뒷표지에 가격이 적혀 있지만 팔지는 않는다. 1000부쯤 찍어서 동료 시인들이나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돈 받지 않고 나눠준다.”

 이시영 시인은 “당국의 허가를 받은 출판물이 아니기 때문에 서점에서 팔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 말고도 이런 식으로 책을 내는 문인들이 많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중국 전체적으로 수백 종, 수천 종쯤 되지 않을까.”

 -그런 시집이라도 표현의 한계는 있을 것 같다. 지나치면 아이웨이웨이처럼 붙잡혀 가지 않나.

 “그는 작품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체포됐다. 가령 그는 2008년 쓰촨성(四川省)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건축물들의 구조적인 허술함을 지적했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오싱젠(高行健)은 수상 연설이 특히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어서 더 미움을 샀다. 나는 작품으로만 반항한다.”

 -어떤 걸 써도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얘긴가.

 “문화혁명이나 천안문 사태 등을 너무 비판적으로 다루면 안 된다. 하지만 문화혁명은 더 철저히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문화혁명은 ‘10년 대재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국보급 고전과 유적이 파괴되고 수 많은 지식인이 죽었다. 나는 중국 정부에만 비판적인 게 아니다.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민간인 문제 등 국제적인 사안도 다룬다.”

 이시영 시인은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문화혁명에 대한 작가들의 비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경제는 풀어주면서 문화 분야는 왜 억압한다고 보나.

 “어떤 정권이든 이기적이다. 평화적 권력 교체는 힘들다. 공산당은 과거 국민당과 싸울 때는 언론 자유를 요구했으나 집권 후에는 통제했다.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나는 공산당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러 정당이 함께 나라를 다스려야지 일당독재는 문제라는 거다. 공산당도 다른 정당들과 경쟁해야 한다. 내 소원은 중국이 잘 되는 것이다. 과거 사석에서 이렇게 말하면 문제가 됐다. 요즘은 괜찮다. 그런 점에서 공산당이 어느 정도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안(중국)=글·사진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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