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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중국 10대 식당 화쟈이웬이 남이섬에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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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베이징오리 요리를 해체하는 장면. 오리 칼질만 전문으로 하는 조리사가 중국에서 왔다.


중국 10대 식당으로 꼽히는 화쟈이웬(花家怡園)이 한국에 상륙했다. 화쟈이웬은 베이징(北京)에 8개 사업장을 거느린 중국음식 체인으로, 본점 한 곳의 1년 순수익이 160여억원(1억 위안)을 헤아리는 곳이다. 화쟈이웬 전체의 1년 순수익은 400억원(2억6000만 위안)을 웃돌고, 직원 수는 2600명이 넘는다.

이 초대형 중국식당이 하필이면 남이섬에 문을 열었다. 서울 한복판에 진출했어도 사건인데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이다. 상식을 깨는 일이 빈번한 남이섬이래도 화쟈이웬과 남이섬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화쟈이웬 남이섬점은 지난달 11일 시험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 13일 그랜드 오픈 행사를 개최했다. 그 행사에 언론 중에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현장에서 확인한 ‘화쟈이웬 남이섬 상륙기’는 한 편의 동화처럼 황당무계했다. 다시 말해 지극히 ‘남이섬다웠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 중국 정부를 움직이다

‘변변한 식당이 없다.’ 남이섬 강우현(57)사장의 오랜 고민이다. 강 사장은 남이섬에 들어온 지 10년 만에 남이섬을 한 해 2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음식은 늘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강 사장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그는 평소 친분 있는 주한 중국문화원 간부들에게 강짜 부리듯이 부탁을 했다.

 “해마다 남이섬에 외국인 30만 명이 들어오는데 그중에서 17만 명이 화교권 국가에서 옵니다. 한류 성지 남이섬에 번듯한 중국식당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소.”

1 화쟈이웬 남이섬점 풍경. 남이섬의 예쁜 자연이 창밖에 펼쳐진다. 2 만찬에서 맨 처음 나온 치킨샐러드 ‘이원파왕계’. 3 겨자연어요리. 4 새우볶음요리인 ‘조초명하’. 5 베이컨관자쌀요리. 6 양갈비 요리인 팔기소양배. 7 딤섬. 8 팔보목통두부. 9 배추절임요리 ‘북경미도’.<사진크게보기>


 중국문화원은 곧바로 중국 문화부와 외교부에 보고를 했고, 중국 정부는 신속히 중국요리협회에 엄중한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중국요리협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식당을 선정해 한국 남이섬에 지점을 내도록 조치하라’. 공문을 받아든 중국요리협회는 최근 10년 넘게 중국 음식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화쟈이웬을 골랐고, 화레이(花雷·43) 사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화레이 사장이 남이섬에 도착했다. 남이섬은 그러나 너무 작았다. 식당도 2층 높이 면적 2500㎡ 건물에 들어가야 했다. 베이징에 있는 가장 작은 지점도 이 건물보다 컸다. 그 건물을 다 쓰는 것도 아니었다. 전체 건물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 690㎡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정부 명령이어도 이건 아니었다. 화레이 사장은 13일 “그땐 정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 디자인의 힘 … ‘怡’자로 통했다

화레이 사장이 낙담한 채 돌아가고서 한 달 뒤 강 사장이 중국으로 날아갔다. 화레이 사장 앞에서 그는 글씨를 썼다. 한자로 화쟈이웬을 세로로 쓰고, 남이섬을 가로로 썼다(사진). 가운데 ‘이(怡)’자가 같은 한자였다. ‘이’ 자를 가운데 두고 십자가 모양의 문양이 완성됐다.

 “남이섬에 화쟈이웬이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화쟈이웬과 남이섬은 같은 운명입니다.”

 강 사장의 설득에 화레이 사장도 무너졌다. 그리고 계약을 했다. 남이섬에서 생기는 수익은 남이섬이 갖고, 본사에서 파견하는 직원 12명의 월급은 남이섬에서 주기로 했다. 대신 화쟈이웬은 최소한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일부 식기와 조미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산 재료를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음식은 정통 화쟈이웬 방식을 지키기로 했다. 음식을 통한 문화교류가 화쟈이웬 남이섬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13일 강우현 사장에게 감회를 물었다.

 “남이섬이 돈 벌려고 중국집 하겠어요? 화레이 사장을 설득한 건 디자인이었고, 남이섬에서 중국음식을 먹는 건 중국 문화를 체험하는 거예요. 중국인이 남이섬에 베이징오리 먹으러 온다고 할 때까지 장사할 겁니다.”

# 80가지 중국 요리의 맛있는 변주

화쟈이웬 남이섬점은 지난 13일 그랜드 오픈을 한 남이섬 푸드코트 ‘밥플렉스(Baplex)’의 1층과 2층의 오른쪽 측면을 쓰고 있다. 1층에 92명이, 2층에 128명이 앉을 수 있다. 직원은 23명으로, 12명이 화쟈이웬 파견 인력이다. 파견 인력 중에는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딤섬 팀장을 한 조리장도 있고, 오리만 칼질하는 전문 조리사도 있다. 홀 서빙 인력도 3명이 있다. 화레이 사장에게 인원 배치에 대해 물었다.

 “베이징오리 요리는 모두 98회 칼질을 해야 합니다. 오리는 부위마다 맛이 다릅니다. 미묘한 맛의 차이가 칼에서 나옵니다. 전문 인력을 보낸 이유입니다. 서빙 인원은 요리를 분류하기 위해 보냈습니다. 화쟈이웬은 평균 300가지 요리를 제공합니다. 이 중에서 남이섬에는 일단 80여 가지만 선보입니다. 음식을 분류하는 건 매우 전문적인 일입니다.”

 13일 만찬에는 모두 14가지 코스 요리가 나왔다. 맨 처음 치킨 샐러드 ‘이원파왕계’가 나왔고, 이어 애피타이저 성격의 ‘북경미도’와 ‘겨자연어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화쟈이웬은 중국에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맛으로 유명하다. 정통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해 외국인에게도 맞는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기름기가 적어 느끼하지 않고, 장식에 신경을 써 예쁘다. 예를 들어 겨자연어요리는 중국음식에서 보기 드문 연어회가 초콜릿 장식을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네 번째 나온 왕새우볶음요리 ‘조초명하’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의 모양은 본뜬 장식이 인상적이었고, 일곱 번째 나온 베이컨관자쌀요리는 서양 코스요리에서나 봤음직한 재료와 맛이었다.

 메인 요리인 베이징오리가 열 번째 나왔다. 조리사가 홀에 나와 통오리 해체 작업을 시연했다. 칼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오리를 껍질부터 해체했다. 왜 중국에서 전문가가 직접 와야 하는지 오차 없이 단호한 칼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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