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참으세요, 애들처럼 뛰다가는 못 뛰게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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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발은 생계수단이었다. 오죽하면 일 하는 것을 ‘발품 판다’고 했을까. 하지만 요즘 발은 운동과 레저활동을 가능케 하는 ‘보물’이다. 산과 들로 달리고, 오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 발이다. 발을 이용한 운동은 근력·지구력·심폐기능은 물론 정신건강을 향상시킨다. 가장 안전한 운동이라도 복병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대부분 통증이 생길 때까지 발의 고마움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손상 부위는 체중이 실리는 발에 집중된다. 마라토너의 발이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발에 걸리는 하중은 몸무게의 3~5배. 65㎏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마라톤 완주를 할 경우 한쪽 발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무려 1만t에 이른다. 오랜 세월 달리기를 할수록 다리와 발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발은 손 다음으로 정교한 조직이다. 26개의 뼈와 114개의 인대, 20여 개의 미세한 근육, 그리고 힘줄과 신경이 협업을 하며 다양한 기능을 한다. 손가락이 없을 때 발가락을 이식할 정도다. 튼튼하다고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아웃도어 스포츠의 계절에 발과 관련된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달리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달리기 족을 위한 마라톤 대회, 걷기 대회, 맨발축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염좌 염좌(삐는 것)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겐 감기만큼 흔한 질환. 그러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키운다. 문제는 염좌가 관절염으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가 발목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9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30명이 과거 여러 차례 발목 염좌로 고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를 주도했던 이경태정형외과 이경태 원장은 “발목을 한 번 삔 사람들은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충돌하며, 그 결과 연골이 손상된다”고 말했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뿐 아니라 발목이 빨리 노화(퇴행)한다는 것.

 염좌가 발생하면 일정 기간 보조기를 이용해 발목 인대가 기능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다음 수순은 관절운동과 근육강화 운동. 통증이 가라앉으면 탄력밴드나 고무줄 등 탄력성이 있는 물체를 이용해 인대의 안정성을 꾀한다.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염은 발꿈치에서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발바닥의 섬유 결합조직. 뛰거나 걸을 때 체중을 흡수하는 스프링 역할을 한다. 달리기를 할 때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힘은 체중의 1.3~2.9배.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발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충격이 근막을 손상시켜 염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발바닥 아치가 무너진다.

 증상은 모닝 페인(morning pain)이다.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뗄 때 아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로 발바닥이 붓고, 발바닥과 뼈가 만나는 뒤꿈치에 통증이 온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나이가 들어 근막이 약해진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과체중인 사람이 요주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치료는 소염제를 쓰면서 스트레칭으로 재활을 도와준다. 6주 이상 치료를 받은 뒤 아침 통증이 사라지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최근엔 체외충격파 치료기로 통증과 염증을 동시에 잡는 치료법이 나왔다.

아킬레스건염 아킬레스건은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줄. 인체에서 가장 질긴 조직이지만 무리한 운동에는 속수무책이다. 아킬레스건염은 주로 경사를 가파르게 올라갈 때 발생한다.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도 경사를 심하게 설정하고 걷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축구나 빨리 달리기, 또는 농구나 배구처럼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을 할 때도 손상을 받는다. 역시 아침 통증이 있고 아킬레스건 부위가 붓는다. 치료는 족저근막염과 유사하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계단에서 발끝으로 서서 발꿈치를 들어올리는 아킬레스 스트레칭이 좋다.

티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티눈 환자가 24만3000 명에서 2010년 31만2000명으로 늘었다. 티눈은 일종의 굳은살. 고도한 비틀림이나 마찰 압력이 한 부위에 집중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10대 환자가 10만 명당 117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발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에 신발을 제대로 교체해 주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 밖의 성인의 티눈은 등산이나 달리기 등 레저활동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티눈은 압력 부위에서 형성되므로 원인이 사라지면 저절로 사라진다. 티눈용액이나 티눈 반창고로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

발 질환을 줄이려면 발질환의 발단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거리와 속도는 훈련을 통해 단계별로 늘려야 한다. 인체조직이 퇴행하는 50대가 20대 기분으로 달리면 다치기 쉽다.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이 필수다. 먼저 5분간 가볍게 걷거나 천천히 달려 체온을 높인다. 몸이 후끈 달아올라 운동부하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발목·무릎·허리를 충분히 풀어준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스트레칭은 아프게 해야 부상을 덜 당한다”며 “더 이상 당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낄 만큼 인대를 당긴 상태에서 10초간 버티는 동작을 10회씩 하라”고 권했다.

신발도 발 질환과 밀접하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운동화를 신고 달린 거리가 800㎞ 이상 되면 충격 흡수력이 떨어져 바꿔 줘야 한다”며 “낡은 신발은 과감히 버릴 것”을 주문했다. 최근엔 러닝화가 많이 나와 있다. 아킬레스건을 싸는 패드와 깔창의 쿠션이 부드러운 게 좋다. 체중이 무거울수록 쿠션이 좋은 것을 고른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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