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는 프로바이오틱스 ②] 유산균 먹으면 항암치료 후유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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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3기로 진단받아 한쪽 가슴을 잃은 고모(59)씨. 얼마 전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정작 방사선 치료에 대한 고통이 아니라 부작용이었다. 특히 설사가 심해 외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암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힘들어한다. 건강진단을 받을 때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암진단을 받고 치료에 돌입하면 그때부터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싸워야 한다.

 이는 방사선이든 항암제든 암치료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 특히 머리카락이나 면역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가 공격을 당한다. 증상도 다양하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기능이 떨어지며, 피부가 시커멓게 변색되고 거칠어진다. 특히 설사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이는 구강과 위장관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들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위암·대장암·자궁경부암같이 복부 또는 골반에 직접 방사선을 맞아야 하는 환자에게 더욱 심하다.

 장내세균 역시 항암치료로 초토화된다.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에 의한 유익균 파괴는 이들이 담당하는 음식물의 대사와 장상피세포에 대한 보호기능을 파괴해 설사를 유발한다.

 다행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샌카밀로 병원 델리아 교수팀은 방사선 치료를 받는 49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VSL#3’(브이에스엘3)이라는 고농도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시켜 치료 부작용 감소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55.4%가 심각한 설사를 경험했던 반면 치료기간 동안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한 환자는 1.4%만이 설사를 경험했다. 효과는 배변 횟수에서도 나타났다. ‘VSL#3’ 비섭취군의 하루 평균 배변 횟수는 15회에 달했지만, 섭취군은 약 5회로 배변 횟수가 크게 줄었다(2007년 『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같은 해 호주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의 항암치료 부작용 예방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델레이드 의대 보웬 교수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세포의 세포증식을 돕고, 약물에 의한 세포파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2007년 『Cancer Biology & Therapy』).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김석진 교수(구강감염학·면역학 전공)는 “항암치료에 의한 설사는 환자의 면역과 체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투병의지마저 꺾게 한다”며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설사 예방 차원을 넘어 장을 통한 영양의 흡수를 원활하게 도와 환자의 조속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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