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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 유럽풍 별장 5성급 호텔 서비스 숲 속의 ‘시크릿 가든’

중앙선데이

입력

#장면1=지난 12일,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충북 제천시 백운면 주론산 기슭. 부슬비 속에 안개꽃이 피는 좁은 1차로를 헤치고 1㎞ 정도를 더 올라가자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마을이 나타났다. 녹색 숲 사이에는 돌 기둥과 나무 벽, 강철지붕으로 만든 2층짜리 고급 빌라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았다. 빌라 1개 동에는 널찍한 테라스를 갖춘 4개의 집이 모여 있었다. 테라스에 서 있어도 옆집은 보이지 않았다. 집과 집 사이에 독서실 칸막이처럼 튀어나온 외벽이 있고 1, 2층 출입문이 서로 반대편에 있어 독립된 공간이란 느낌을 자아냈다.

이곳은 리솜리조트가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리솜포레스트’. 지난겨울에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리솜리조트 원창연 과장은 “명품 친환경 리조트를 추구한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끼리 놀러 오는 개념이 아니다.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조용히 쉬고 싶어하는 최상위 고객(VVIP)을 겨냥해 200가구를 분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면2=같은 날, 진한의 태기왕이 피 묻은 갑옷을 씻은 개천이 있다는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서울에서 1시간40분 거리로 횡성호수가 있는 이곳은 원래 부동리, 화전리, 구방리 등 5개 마을이 있었다. 11년 전 횡성댐이 건설되면서 마을이 사라지고 호수가 생겨 새로운 ‘배산임수’ 지형이 됐다. 횡성호를 바라보는 산자락에 고품격 전원주택 리조트를 지향하는 ‘횡성 레이크빌’이 있었다.

횡성 레이크빌은 현재 4개 동이 입주해 있다. 단독 전원주택 형식으로 동마다 기호에 따라 모던하우스, 유럽풍 주택 등 모양을 달리한다. 횡성호를 마주 보는 정원이 있고,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도 있다. 김성광 사장은 “주변 자연 경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휴양형 리조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콘도, 펜션의 개념을 뛰어넘어 상류층을 타깃으로 하는 고급 리조트가 잇따라 생기고 있다. 고급 리조트는 콘도와 펜션, 호텔의 장점을 합쳐놓은 형태다. 우선 콘도처럼 회원을 대상으로 하고, 간단한 취사와 레저활동이 가능하다. 건물 모양은 펜션과 비슷하다. 2~3층의 저층형 고급빌라로 지어져 있다. 여기에 최고급 자재를 사용한 내부 인테리어와 깔끔한 룸서비스는 호텔에 버금간다.
신한은행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선진국에 근접할수록 중산층 이상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나만의 공간을 원하게 된다”며 “우리나라도 이젠 외국과 같은 럭셔리한 휴식을 원하는 수요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고급 리조트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조트들은 각각 개성 있는 테마와 다양한 혜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리솜포레스트는 힐링(Healing·치유)을 내세운다. 현재 일부 분양된 가구의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숲 해설가와 함께 1.4㎞의 산책 코스를 2시간 동안 돌아볼 수 있다. 리조트 전체 면적의 70%가 숲이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나무가 지붕 사이에 들어가 있는 빌라가 있는가 하면 산책로에는 천연기념물인 딱따구리 집도 곳곳에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대규모의 스파 시설을 건설 중이다.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아트빌라스’는 도미니크 페로, 겐고 쿠마, 승효상, 이종호 등 유명 건축가가 각각의 개성에 맞게 설계한 리조트다. 예를 들어 가장 넓은 382㎡(115.5평) 빌라는 승효상씨의 작품이다. 이 리조트 회원은 인근 골프장 회원가 적용과 롯데호텔 VIP 대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엘도라도리조트’는 슬로 리조트를 표방하고 있다.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며 회원 전용 비치에서 해수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급 리조트인 만큼 가격은 서울 강남의 인기 아파트만큼 비싸다. 아트빌라스의 경우 382㎡ 빌라의 계좌당 가격이 14억3500만원에 달하고 리솜포레스트의 241.5㎡(73평)도 2억6353만원다. 엘도라도리조트의 117.5㎡(35.5평)빌라는 5130만원이다.

분양률을 보면 확실한 수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리솜포레스트는 200개 빌라 중 52%가 분양됐다. 아트빌라스는 현재 모집 중인 일부 빌라에서만 80%가 분양된 상태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예상 외의 선전이다. 최고급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고객은 수도권의 40대 이상 전문직 종사자다. 리솜포레스트 원창연 과장은 “법인과 개인이 골고루 있지만 개인 회원 중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의사, 변호사 등이 다수”라고 말했다. 횡성레이크빌의 김성광 사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50대 중반의 공무원도 있고, 전원생활을 준비 중인 서울 강남의 70대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리조트를 구입하는 방법은 콘도처럼 하나의 가구를 정해진 인원이 함께 쓰는 ‘계좌제’가 가장 보편적이다. 면적이 작으면 계좌 수가 많아지고 면적이 클수록 계좌 수가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 리솜포레스트는 66.5㎡(20평)부터 94.4㎡(28평)까지는 12분의 1계좌, 121.7㎡(36평) 이상은 6분의 1계좌로 분양한다. 아트빌라스는 2분의 1계좌인 반면 엘도라도리조트는 10분의 1계좌다. 다른 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싫고 단독 별장으로 쓰고 싶다면 전체 계좌를 통째로 사는 ‘풀계좌’ 구매도 가능하다.

보유 형태는 내 집처럼 등기를 내서 재산으로 삼는 ‘공유제’와 전세계약과 비슷하게 계약금을 걸고 정해진 기간을 사용하는 ‘회원제’가 있다. 공유제를 통해 산다고 해서 1가구2주택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주택이 아닌 ‘휴양 콘도미니엄’으로 표시된다. 다만 10%의 부가세를 내야 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회원제로 살 경우에는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보통 리조트들은 7~20년의 최소 계약기간이 경과하면 회원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회원권을 환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전원주택 개념을 넣거나 투자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도 있다. 횡성레이크빌은 맞춤형 건축을 해주고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 원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토지를 3.3㎡당 60만~70만원에 분양한 뒤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집을 짓고, 건축비를 받는 구조다. 건축 후 관리까지 해준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숲속의 요정’ 펜션은 보증금을 내면 9년간 원금과 수익률 10%, 펜션 이용권을 모두 보장해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40㎡(12.1평)의 경우 보증금 1140만원을 내면 9년 동안 해마다 114만원의 수익금을 주고, 펜션을 이용하면 수익금에서 빼겠다는 식이다.

고급 리조트를 고를 때는 시행사가 믿을 만한 곳인지, 계약기간 후 원금 보장이 확실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고준석 지점장은 “소규모 시행사가 지은 리조트를 분양받았다가 회사가 부도나면 리조트 관리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주변 시설과의 연계가 제대로 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 박하준 팀장은 “골프장, 스키장과 같은 레저 시설이 주변에 있어야 세월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 리조트를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막 생긴 시장이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수요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워낙 고가인 데다 이용할 수 있는 대상도 한정돼 있어 지인들끼리 사고파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회원권 거래소에서 정식으로 거래되는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소장은 “아직까지는 틈새시장으로 봐야 한다. 향후 투자 원금을 돌려받겠다는 목적을 넘어 자산가치가 상승할 거란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제천=이태경 기자, 횡성·평창=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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