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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비빔밥’ <16> 세금감면 주장 전에 골프장이 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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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일러스트=강일구]

골프장에 부과되고 있는 특소세가 정당한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해선 여러 관점,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 땅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세금이 줄어들어 이용료가 낮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골프를 치지 않는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 배부른 논의다’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논의 과정에서 마치 소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양 골프에 부과되고 있는 정당하지 못한 세금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골프장들의 목소리가 영 미덥지 않는 것은 왜일까.

올해에 도래하는 입회금 반환 청구금이 조 단위를 넘어서고,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할 위기라고 골프장마다 아우성이다. 어디가 부도가 난다느니 매물로 나와 있는 골프장이 어디 어디라느니 소문이 흉흉하다. 골프장이 위기인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제 골프 치기 좋은 세월이 오겠네’라며 강 건너 불구경이다. 한발 더 나아가 고소해 하는 사람도 많다.

골프 치는 사람의 수가 300만 명을 넘고, 한 해 동안 골프장을 다녀간 연인원이 프로야구 내장객 수의 몇 배가 되는데, 왜 자신들의 이용료를 싸게 해주겠다는 자신의 이해와 직결된 이 민감한 사안에 사람들이 선뜻 동참하지 않는 것일까.

그동안 골프장은 영원한 ‘갑’이었다. 다른 어떤 상품과 서비스 유통 시장에 비하더라도 심하게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권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치기 싫으면 말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쪽이 주인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 아니었던가. 골프장 관계자들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골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긍할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몇몇 골프장은 ‘이제 소비자 마켓이 도래하고 있다’며 변신의 노력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골프장들을 보라. 싸고 맛있는 음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 골프 치기 전이나 치고 나서 샷을 가다듬고, 쇼트게임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연습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노력, 지역의 경제와 동반 성장을 하겠다는 시도, 친환경적인 골프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 고객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근본적인 자세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있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골프장 내장객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지만 스크린 골프를 계기로 골프 자체로의 유입 인구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한민국 골프에 있어 지금의 이런 현상은 위기이자 큰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의 특산물과 음식의 개발, 직거래 장터, 저렴한 용품의 공급, 연습 환경의 대대적인 개편, 지역의 선수를 육성하는 능동적인 자세, 프로들을 육성하겠다는 헌신적인 노력, 어쩌면 대한민국 골프를 먹여살릴지도 모를 비기너들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우대 등의 노력을 게을리하고서는 동반 성장의 기회는 없다.

세금을 낮추기 앞서 골프장 스스로 자구노력을 하고, 정말 애를 많이 쓰는데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골프장들의 세금 감면 주장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이기적인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모든 골프장의 입장이 다 같지는 않다. 서울에서 무척 가까워 여전히 ‘갑’이어도 문제가 안 되는 골프장, 재벌그룹이나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서 경영 수익이 우선적인 화두가 아닌 골프장들은 여전히 세금 문제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모든 골프장이 대중 골프장일 필요는 없다. 완전히 회원 중심의 골프장으로 발전해서 정말 비싼 ‘그들만의 골프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골프장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성공할까. 대부분의 골프장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양극화의 기로에 서 있는 골프장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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