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빅뱅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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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포함한 11개 기업의 인터넷 공동 마케팅은 한국 인터넷 산업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전망이다.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서로 다른 업종의 선두 기업들이 장차 별도 법인까지 만들어 회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공동 판매사업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 인터넷 판매는 백화점.자동차판매 정도에서 유망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할 정도였다.

그러나 올들어서 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같은 공동 마케팅은 제조업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셈이다.

이번 제휴는 국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올초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올해 5천 9백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전자상거래 업체들 대부분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는데다 올해부터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 비용이 급증해 수익성이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심지어 이들이 생존하려면 향후 2~3년간의 적자를 견디면서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인터넷 사업 구축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따라서 이번 제휴는 외세에 대한 견제의 성격도 있지만 뭉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종리 인터파크 사장은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10개 업종의 선두 기업들이 모여 만들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며 "특히 11개사가 확보한 회원들도 서로 중복이 안돼 인터넷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 이라고 설명했다.

유사장은 또 "이번 제휴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의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등 외국 기업의 공세에 대항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제휴에 유.무선 통신업체인 하나로통신.LG텔레콤 등이 참여함으로써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인터넷 통신업체들이 공동 협력을 하는 계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고 강조했다.

11개 기업은 26일의 조인식에 이어 기존 인터넷 포털업체와는 독립적인 새 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현재 자본금 5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고, 지분은 11개 기업이 균등하게 나눌 예정이다.

그렇다고 이번 인터넷 공동 마케팅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재 2천여개에 이르는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앞으로 2~3년 안에 20여개의 대형 포털 업체로 흡수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참신한 아이디어와 빠른 기업활동으로 승부를 거는 벤처성 인터넷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도 거대 자본을 가진 대형 업체만이 살아남는 과점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판매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부수적인 환경이 뒤따라줘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물건을 파는 것이 급한게 아니라 얼마나 편리하게 소비자에게 배달해 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공동 마케팅의 속도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프라와 택배업계의 발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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