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진출 국내 건설사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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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현지에서 공사를 벌였던 국내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다.

통상 해외 공사는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받은 뒤 공사 진척도에 따라 2개월 정도 단위로 공사대금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 이후 국내 건설사에 대한 리비아 발주처의 공사대금 송금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 건설사들은 리비아에서 발생한 미수금 때문에 국내에서 진행중이던 다른 프로젝트까지 차질을 빚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사 초기 단계일 경우 전체 공사비용의 10~15%인 선수금을 상계 처리해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지만 공정률이 20%를 넘어가면 선수금을 모두 쓴 상태에서 미수금만 남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에서 돈 못 받아 국내 공사도 차질”

리비아 현지에서 1ㆍ2차에 걸쳐 주택 1500가구를 짓고 있던 국내 A건설사의 경우 현지 프로젝트 공정률이 각각 71%와 20%여서 미수금 문제가 크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비아에서 받을 돈이 묶여 있어 국내 프로젝트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 주택사업을 벌였던 B사나 C사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B사의 경우 미수금 등 총 80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C사도 5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모든 인력을 철수시킨 상황에서 현장에 두고 나온 자재 분실 및 현장 훼손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공사가 재개될지가 불투명하고 설사 재개 된다고 해도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발주처에서 보전해줄 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중견 건설업체들 때문에 조합의 공사이행보증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으로 국내에서 공사를 벌이던 건설사가 리비아 사태로 국내 공사를 제대로 진행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그럴 경우 건설공제조합에서 대신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이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모 중견건설사의 경우 보증 금액이 7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사 관계자는 “리바아 사태로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며 “리비아 진출 국내 건설업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리비아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업체는 21곳으로 이들의 공사 미수금과 자재 분실 등 손실액이 1조2000여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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