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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대출·분식회계 … 고교 선후배 ‘한통속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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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 사무실을 점거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예금보험공사가 헐값에 저축은행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의 배경엔 ‘한통속 경영’이 있었다. 끈끈한 학연으로 얽힌 대주주와 경영진 간 공모가 수년간의 거액 불법 대출과 분식회계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1일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9) 부회장, 김민영(65) 부산·부산2저축은행장은 모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신용금고 인수 초기부터 함께해온 그룹의 핵심 인사다. 불법 대출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도 이들의 몫이었다. 광주은행 부행장을 지낸 오지열(59) 중앙부산저축은행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금융감독원(옛 증권감독원) 출신인 문평기(63) 부산2저축은행 감사는 박 회장의 고교 2년 선배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금감원에 문씨를 지목해 영입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학맥 때문에 이들이 동문 위주로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와 만나 “금감원은 담당자가 계속 바뀐다”며 금융당국과의 결탁설을 부인했다. 정치권과의 연계설에 대해서도 “이게 무슨 정치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에 참여한 KTB자산운용을 이끄는 장인환(52) 사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KTB자산운용은 2006년 9월 부산저축은행이 서울중앙저축은행(현 중앙부산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최대 주주(지분 55%, 102억원)로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KTB사모펀드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때 삼성꿈장학재단과 POSTECH의 자금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1일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해당 투자의 주요 관계자들 사이에 고교 동문 인맥이 얽혀 부적절한 투자가 이뤄진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B자산운용 측은 “두 재단에서 오랜 시간 검토한 끝에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윗선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황식 총리가 국회에서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 감사에 로비가 있었다’고 답변한 바 있고, 검찰도 유력 정치인이 관여했다는 소문을 파악 중”이라는 주장이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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