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뒤 P세대, 글로벌 위기 뒤 88만원 세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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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호 16면

세대를 읽으면 사회가 보인다. 1990년대 초 무선호출기 ‘X세대’부터 2011년 스마트폰 ‘P세대’까지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내건 ‘세대론’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에서 세대는 기존의 궤도와 권력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재계와 학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세대 연구 분석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대가 만들어 낸 세대론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이 문장을 보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가사를 기억해낸다면 당신은 ‘X세대’에 가깝다. X세대는 캐나다 출신 소설가 코플란트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말로 90년대의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한국에서 X세대는 개성과 자유를 강조하고 PC통신 동호회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8282’ ‘1004’ 등 번호 약어를 유행시킨 무선호출기 사용이 일상화되고 대중문화가 크게 번성하기 시작한 무렵이다. X세대에 뒤이어 비슷한 특징을 가진 2000년대 젊은이들은 Y세대라 불리기도 했다.

X·Y세대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N세대다. ‘Net 세대’의 줄임말로 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N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와 친숙하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안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다 보니 학번처럼 각자의 ‘ID’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N세대 이전의 TV 세대가 TV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주입 받은 데 비해 N세대는 컴퓨터 통신을 바탕으로 한 쌍방향 정보 교환에 익숙하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디지털 인맥이 생겨났으며 ‘개죽이(대나무를 안고 있는 강아지)’ 같은 인터넷 캐릭터 스타도 등장했다.

외환위기 10년을 겪고 나자 ‘IMF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를 뜻한다. 성장기에 외환위기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적 가치를 중요한 성공 척도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 광고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IMF 세대 가운데 75%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자격증 취득과 영어회화 등 취업을 위한 ‘스펙’ 관리에 집중하기도 했다.

‘88만원 세대’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등장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의 책 제목이기도 한 ‘88만원 세대’는 2007년을 전후해 극심한 취업난을 겪은 20대를 가리킨다. 비정규직 평균 급여의 70% 정도인 월 88만원으로 살아가는 20대들을 지칭한다. 우 교수는 책에서 “386 세대는 아파트 폭락으로 망하고, X세대는 386 세대를 흉내 내다 망하고, 20대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망한다”며 우리 사회의 20~40대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가장 최근에는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국가 안보에 눈을 뜬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도 생겼다. P세대가 그들이다. Patriotism(애국심), Pleasant(유쾌), Power n peace(평화), Pragmatism(실용), Personality(개성) 등을 포괄하는 단어다. ‘천안함 세대’로도 불린다. 안보의식이 높아져 북한 관련 수업을 듣는 대학생과 해병대 입대 지원자가 늘어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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