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미혼모 채용한 '훈남' 도너츠 가게 사장님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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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출산한 뒤 5평 남짓한 감방에서 아기를 키우다 가석방된 미혼모 정소향(21)씨. 애끊는 모정을 담은 그녀의 사연이 6일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고백'편에 방송돼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16개월 딸 아이와 세상에 나온 그녀는 도너츠 매장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정씨를 응원하는 글과 더불어 그녀를 채용한 도너츠 매장의 점장을 칭찬하는 글이 인터넷에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녀가 세상에서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준 일등공신이라는 겁니다.

형법상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아기를 낳으면 18개월까지만 교도소 내에서 양육하게 돼있습니다. 정씨는 그 시기를 앞두고 아기와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다 지난 12월 기적같이 찾아온 가석방 '선물'을 받고 딸 가은이와 함께 세상에 나왔습니다.

의지할 일가친척 없는 고아였던 그녀가 갈 곳은 가까스로 구한 미혼모 시설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에 지낼 소중한 보금자리가 감사했습니다. 가은이 아빠를 만나려 전화를 걸었지만 가은이 아빠 가족들은 "아기를 보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 아파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일단 딸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야 했습니다. 구인 광고를 보고 파트타임 일 자리를 알아봤지만 아기 엄마인데다 전과자가 갈 곳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 동두천 터미널 인근의 한 도너츠 매장에서 시간당 4500원을 받고 일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얻은 일자리인데….' 그녀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문제는 지난 구정 연휴 때였습니다. 인근 어린이집들이 모두 문을 닫아 가은이를 맡길 데가 없어 고민 끝에 도너츠 가게에 가은이를 데리고 간 것입니다.
점장은 잠시 놀라는 듯 했지만 이내 이해해줬습니다. 잠시 뒤 "집에 들어가라"며 그녀를 배려했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더욱 열심히 일한 소향씨는 인근 대형 마트로부터 친절사원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너츠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이 마트 고객센터에 정씨를 칭찬했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이제 파트타임 직원이 아니라 월급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점장은 "앞으로 열심히 오랫동안 일해 달라"며 그녀를 격려했고 정씨는 “딸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을 조금 더 마음 편히 사줄 수 있게 됐다”며 웃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엔 도너츠 가게 점장을 칭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젊고 잘 생기신 데다 배려할 줄 아시는 멋진 점장님” “가게가 어디인가. 꼭 사 먹으러 가겠다”는 내용입니다.

7일 현재 도너츠 매장에도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점장은 "혹여 소향씨에게 누가 될 까봐 조심스럽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도너츠 매장 점장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사랑하는 또 한 사람을 위해 세상의 따뜻함을 알려줬다"는 네티즌의 댓글이 가슴을 맴돕니다.

김진희 기자

사진출처=MBC 휴먼다큐 ‘사랑’ 홈페이지 및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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