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케이시 마틴 장애까지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골프코스(파72)에서 벌어진 미국 PGA투어 보브호프 크라이슬러클래식 1라운드. 미국언론과 갤러리들의 관심은 온통 한 선수에게 집중됐다. 이날은 장애인 골퍼 케이시 마틴(27)의 PGA투어 공식 데뷔무대였다.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마틴은 출전선수 1백28명중 유일하게 카트를 타고 플레이를 했다. 마틴은 4언더파 68타를 기록, 지난해 챔피언 데이비드 듀발과 함께 공동 30위에 올랐다.

마틴은 1995년 프로데뷔 이후 플레이는 정상인처럼 서서 하지만 홀을 이동할 때는 주최측이 제공하는 카트를 타고 있다. 현재는 의사들이 다리를 절단하도록 권유할 정도로 악화됐다.

마틴은 2세때부터 혈행장애라는 병으로 오른발을 거의 쓰지 못했다. 그러나 신체 장애에도 불구하고 골프명문 스탠퍼드대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 95년 후배인 타이거 우즈와 팀을 이뤄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골프 실력에 있어서는 정상인에 뒤지지 않았다.

마틴은 지난해 나이키투어 상금랭킹 14위를 차지, 15위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시즌 PGA투어 출전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주최측 초청으로 출전하게 됐다.

마틴이 정규 투어대회에 출전하기까지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98년 2월 "카트를 타고 골프대회에 출전하게 해달라" 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마틴은 그해 6월 US오픈에 카트를 타고 출전, 공동 23위를 차지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틴은 앞으로 PGA투어에 출전하지 못할지 모른다. PGA측이 "걷는 것도 골프의 일부" 라며 항소를 제기해 2심판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수많은 갤러리의 박수를 받으며 18홀을 마친 마틴은 "나는 카트를 타는 골퍼가 아니라 대회 챔피언으로 알려지고 싶다" 고 말했다. 한편 첫날 경기에서 데이비드 톰스(33)가 9언더파 63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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