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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 27일 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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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페뤼숑은 서울시향에서 팀파니를 맡고 있다. 마림바·비브라폰·종 등 다른 타악기도 다룬다. 이달 공연에서 여러 악기를 연주할 계획이다. [안성식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공연에서 유난히 인상적인 청년이 있다. 무대 가장 뒷줄의 팀파니 수석 주자, 아드리앙 페뤼숑(28)이다. 프랑스 태생 연주자로 2006년 서울시향에 합류했다.

 정확한 리듬감을 가진 타악기 주자는 많다. 하지만 페뤼숑은 오케스트라 가장 뒷줄에서 악단 전체를 지휘하는 느낌을 준다. 오케스트라 전체 악보를 외우고, 음악 작품의 구조도 명확하게 파악한 덕분이다.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보고, 듣고, 외우는 세 가지는 자연스럽게 잘된다”고 했다. 악기를 두드리면 이처럼 남다른 재능이 드러난다.

 페뤼숑은 지휘자 정명훈씨가 ‘필승조’로 서울시향에 투입한 외국인 연주자 중 한 명이다. 둘의 첫 만남은 2003년이었다. 정씨가 맡고 있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팀파니 수석 오디션에서였다.

 “정명훈은 프랑스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지휘자였고, 나는 학생 오케스트라 참여 경력밖에 없는 초보였다. 그 오디션이 그와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연주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디션에서 프랑스 대표적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로 뽑혔다. 만 스무 살 때였다. 자신의 말처럼 “나는 물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현재 파리·서울을 오가며 오케스트라의 팀파니를 담당한다. 서울에서 1년 중 3분의 1을 보낸다.

 페뤼숑은 ‘고농도’ 예술가문 출신이다. “아버지는 영화·뮤지컬 작곡가다. 형제 여섯이 모두 음악을 했다. 사촌들도 연극·무용·오페라·영화·극장 등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지금도 수준급으로 연주한다. “아버지도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주로 독주악기라 외로웠다고 했다. 내게는 오케스트라 악기를 하나 하도록 가르치셨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순이다. 낮고 어두운 음색의 관악기다. 하지만 록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사촌의 연습실에서 그는 타악기에 매료됐다. 학생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을 연주하면서도 고개는 언제나 뒤로 돌아가 있었다고 했다. 뒷줄의 타악기 주자가 무엇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의 기둥과 같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악단의 구조가 망가진다. 이 점이 오케스트라 팀파니 플레이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페뤼숑은 프랑스에서 음악원 두 개를 동시에 다녔다. 바순과 타악기를 동시에 전공했다. 지금은 지휘도 공부하고 있다. ‘음악인 페뤼숑’의 전부를 보여주기에 팀파니로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타악기 주자,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넘어 예술과 관련된 꿈을 꾸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연주자들이 대기하는 곳, 즉 무대의 뒤쪽이다. 무대를 만드는 곳의 묘한 흥분이 있다. 언젠간 음악뿐 아니라 여러 예술을 다루는 극장에서 일하고 싶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의 음악적 성장에도 기여하고 싶다.”

 서울시향 맨 뒷줄에선 이처럼 큰 꿈이 싹트고 있다.

 ▶페뤼숑 독주회=27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1588-1210.

글=김호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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