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입시경쟁 반대… 단지 문제제기 할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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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이근미 사무국장. (사진=1318바이러스 제공)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신 비중을 높이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상대평가로 인해 아이들을 지나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문제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입시경쟁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를 이끌었던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하 '희망')의 이근미 사무국장(31.사진)의 말이다.

예상보다 고교생들의 참석이 저조한 가운데 행사는 큰 충돌 없이 끝났지만, 주최측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청소년단체로부터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보호를 위해 언론의 사진취재를 막았으면서 정작 '희망'측 인터넷 사이트에는 참석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게재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이번 주말 '두발제한폐지'를 내걸고 광화문 정보통신부 안마당에서 거리축제를 여는 청소년단체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는 '희망'측의 공동주최 제의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공개된 얼굴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주말 추모제에 대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7일 추모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달리 학생들이 협조를 매우 잘해줘 큰 무리없이 잘 끝났다. 더 많이 모이지 않은 것, 학생들이 더 분노를 촉발하고 더 자기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건 아쉬웠다. 교육 당국에서는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사 후 듣기로는 참여하려는 학생들에게 퇴학 등의 징계 협박을 해 도중에 돌아간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교생들을 시민단체 홍보에 이용했다'는 비난 여론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까지는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행사 전 경찰청.교육청 등에서 추모제를 하지 말라는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 무리수를 둬 가며 행사를 해야겠느냐고 충고한 시민단체들도 있었다. 추모제를 이루기까지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 그날 행사가 불발됐거나 문제가 생겼다면 우린 더 큰 비난과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보에는 다른 안전한 방법도 있다. 단체홍보를 위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했겠는가."

-학생들의 문자메시지 전송과 '희망'측 추모제와는 관계가 있나.

"아이들의 문자메시지는 우리와 관계없었다. 꼭 우리 집회에 오겠다는 건 아니고 아이들이 광화문에 모이겠다는 의미로 유언비어처럼 퍼지게 된 듯하다. 모임의 실체나 준비, 시행여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우리가 행사를 사이트에 알린 건 2일,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3일이었는데, 문자메시지는 그전부터 돌았다."

-'희망'은 내신등급제 철폐를 주장하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신 비중을 높이는 것은 동의하나 상대평가로 인해 경쟁에 시달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대평가는 아이들의 경쟁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경쟁이 과열되는 입시제도, 경쟁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내신등급제 등을 반대한다."

-지금의 내신등급제는 절대평가제 하에서 만연한 학교의 내신부풀리기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것 아닌가?.

"청소년 단체는 현장의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곳이지 해결책을 내놓는 곳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힘들다며 처음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현상에 대해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대안제시는 교육단체가 할 일이다. '상대평가제가 아니라면 대안이 뭐냐?'라고 물으면 잘 모른다. 우리는 문제제기를 할 뿐이다. 과거의 절대평가제로 돌아가겠다는 게 아이들의 생각이라면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의사를 철저히 반영해 제대로 된 교육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애들은 어린데'라며 이같은 생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희망'은 어떤 단체인가.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이사장인데, 민주노총과 관계가 있나.

"민주노총과는 무관한 단체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우리 단체 이사였다. '희망'은 청소년 자치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청소년의 권익과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다. 1991년 서울시 5개 지역 청소년 단체로 만들어진 것을 1997년 통합해, 지금의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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