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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휴대전화에 한자 쓰기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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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입력·검색을 할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문자는 한글이다. 반면 가장 느리고 어려운 문자 중 하나는 한자다. 한글은 훈민정음에 나타난 28개 자·모음을 조합해 모든 문자를 입력·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는 글자 수가 10만 개가 넘는 데다 컴퓨터용 자전에 들어 있는 글자만 해도 2만7000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컴퓨터나 휴대전화 자판 이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한자로 입력과 검색을 하려면 보통 애를 먹는 게 아니다. 이런 사정은 한자를 병용하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한자 입력·검색 방법이 개발됐다. 경남 양산에 있는 ‘십팔목(十八木)연구소’ 박인기(50·사진) 박사에 의해서다.

박인기 박사가 개발한 휴대전화용 한자 자판. ‘후진타오’를 한자로 직접 입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는 영어와 독일어·한자 등 30여 년간 문자를 연구한 결과 한자를 간편하게 입력하고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 방법의 이름은 ‘십팔목(十八木) 문자체계’라고 붙였다. 대부분의 한자가 ‘목(木)’ 하나의 글자로 귀결된다는 뜻에서다.

 박 박사는 10만 개가 넘는 한자 중 공통적인 문자소 28개를 찾아 일정한 질서를 부여해 ‘문자체계’를 완성했다. 이 체계는 흔히 한자를 찾을 때 사용하는 부수·총획·독음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一, ㄱ, フ, 乙, ㄴ, ノ ’ 같은 형태의 문자소를 사용한다. <그림 참조>

 예를 들어 태(泰)자를 찾는다고 해보자. 28개의 문자소가 있는 자판에서 ‘가로’에 해당하는 ‘一’을 세 번 누르고, ’ノ’를 누른다. 그러면 화면에는 후보 글자 9자가 뜬다. 다음에 문자소 ‘乀’를 누르면 후보는 7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소(小)’자의 첫 획인 ’亅’을 입력하면 ‘泰’자가 나온다. 키패드를 6회 누른 결과다. 만약 스마트폰과 같은 터치 화면이라면 3~4번 눌렀을 때 나타나는 후보 글자 중 터치로 ‘泰’를 선택해 입력 또는 검색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를 ‘hu jin tao’라고 영문 알파벳으로 입력한다. 한자 그 자체로 입력하면 입력횟수가 아주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자 중 ‘hu’로 발음되는 글자는 엄청나게 많다. 그 발음으로 입력해 나타나는 후보 글자 중 선택해 입력한다.

 ‘胡錦濤’를 입력할 때 방법에 따른 타수를 비교해 보자. 십팔목 방법은 ‘胡錦濤’에 9타, 아이폰의 한어병음 방법은 ‘hu jin tao’에 14타, 삼성 ‘천지인’은 ‘호금도’에 10타, LG ‘나랏글’은 ‘호금도’에 9타를 쳐야 한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자판으로 한문을 입력할 때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파벳 병음 방법은 속도도 늦을 뿐 아니라 자신의 문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발음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영목(鈴木)’이라는 이름은 ‘스즈키, 스스기, 스즈노키, 스스헤키, 누즈키’ 등 14가지로 발음된다. 그래서 이를 발음으로 찾거나 입력하기는 쉽지 않다.

 박 박사는 “‘십팔목(十八木) 문자체계’는 한자를 쓰는 나라의 ‘훈민정음’ 격으로 검색과 입력의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검색·입력 방법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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