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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프라이데이〉 미국 연휴를 휩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힙합 액션 코메디 〈넥스트 프라이데이(Next Friday)〉가 금요일인 1월 14일부터 마틴 루터 킹 기념 공휴일(MLK holiday)인 1월 17일 월요일까지 이어진 주말 4일간의 북미 흥행에서 1692만불을 벌어들여 1위로 데뷰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까지 세번이나 1위를 차지하였던 〈스튜어트 리틀(Stuart Little)〉은 2위로 내려앉았으나 개봉 5주째인 이번 주말에도 1252만불을 벌어들이며 선전을 이어갔다. 〈스튜어트 리틀〉이 개봉 5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963만불로서 1억 500만불의 순수제작비를 미국내에서만 되찾게 되었다. 소니의 자회사인 콜롬비아사의 대변인인 에드 러셀은 영화를 2번씩 보는 가족 관객들에 힘입어 이 영화가 최소한 1억 4천만불 이상은 거뜬히 벌어들일 것이라 장담하였다.

이번 주말에 전국확대개봉을 실시한 두편의 오스카용 영화 〈허리케인(The Hurricane)〉과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는 각각 1051만불과 932만불을 벌어들여 3위와 4위를 차지하였고, 스티븐 킹의 연작을 영화화한 톰 행크스 주연의 〈그린 마일(The Green Mile)〉이 884만불의 수입을 올려 5위를 기록하였다. 〈그린 마일〉의 개봉 6주간 총수입은 1억 284만불로서 1999년도 개봉한 영화로서는 〈스튜어트 리틀〉에 이어 19번째로 1억불을 돌파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로써 1999년은 1억불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들의 개봉수가 가장 많은 해로 등극하게 되었는데, 종전에는 1998년의 18편이 최고기록이였다.

한편, 개봉전부터 말많고 탈많았다가 드디어 개봉한 SF 스릴러 〈슈퍼노바(Supernova)〉는 당초의 우려대로 673만불의 저조한 수입을 올려 8위에 그쳤다.

흥행작치고는 작은 개봉관수인 1103개의 극장에서 상영하여 3092개 극장에서 상영된 〈스튜어트 리틀〉을 누르고 이번 주말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넥스트 프라이데이(Next Friday)〉는 앞으로 MLK 연휴시기에 흑인을 테마 또는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선보이면 흑인관객들을 주요관객으로 하여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게 하였다.

1986년에 MLK 공휴일이 지정된 이후, 흑인관객을 주요 타겟으로한 영화가 MLK 연휴 주말에 1위를 차지한 것은 86년 당해의 〈컬러 퍼플〉이후 처음이다. 〈넥스트...〉도 원래는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었다가 아이스 큐브, N.W.A 등이 참가한 사운드 트랙 레코딩 작업이 늦어져서 이번에 개봉하였는데, 오히려 MLK 연휴라는 시기가 흑인관객들에게 어필하면서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MLK 공휴일은 98년부터 영화사들에게 짭짤한 수입을 안겨주는 새로운 흥행시기로 급부상하였지만 최근 4년간 이 연휴에 1위를 차지한 영화들의 목록(〈그들만의 계절〉, 〈타이타닉〉, 〈비버리 힐즈 닌자〉, 〈12 몽키즈〉)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흑인들에게 특별히 어필할 만한 영화는 없었다. 하지만 〈넥스트...〉를 기폭점으로 내년부터는 각 메이저 영화사들이 이 시기에 흑인영화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내놓은 뉴라인 시네마의 배급대표인 데이비드 터커맨은 이 영화가 흑인들뿐만 아니라 18세에서 25세까지의 백인관객에게도 인기를 모았다고 전하면서 "이 영화는 백인구역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장소에서 골고루 히트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기 랩퍼 아이스 큐브가 제작과 주연을 겸하고 신인 스티브 카가 감독을 맡은 〈넥스트...〉는 지난 95년에 개봉된 사우스 센트랄 LA를 배경으로한 힙합 코메디 〈프라이데이(Friday)〉의 속편. 전편에서 동네 깡패인 디보를 무찌른 주인공 크레이그(아이스 큐브)는 디보의 복수를 두려워 하는 아버지에 의하여 교외에 사는 삼촌댁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또다른 트러블이 기다리고 있고, 다시한번 크레이그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된다.

〈넥스트...〉의 성공은 여러모로 작년의 히트작 〈오스틴 파워〉와 닮은 꼴인데, 뉴라인 시네마가 만든 속편이라는 점 외에도 1편이 극장보다 비디오에서 크게 히트하였다는 점이 흡사하다. 〈프라이데이〉는 극장에서는 2700만불의 적당한 수입을 올렸지만 비디오로는 무려 100주간이나 대여 및 판매순위 100위안에 랭크되는 빅히트를 기록하였었다.

이같은 흥행면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넥스트...〉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극히 차가왔다. 그 예로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는 "전편의 경우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위험한 환경을 반영하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속편의 경우, 각 장면은 불필요하고 멍청해보이는 씬들로 가득하다."고 혹평을 퍼부었고, 아틀란타 저널 콘스티튜션의 스티브 머레이를 포함한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달라스 모닝뉴스의 알 브럼리는 "이 영화는 대담한 코메디를 찾는 관객들을 위한 영화다..."며 칭찬하는 듯 하다가 "이 영화는 불쾌하고 유치한 코메디 축제이기 때문이다."며 조소를 보냈다.

오스카용으로 맛뵈기 상영한지 3주만에 전국의 1454개 극장에서 확대상영에 돌입한 〈허리케인(The Hurricane)〉은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억울하게 20년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권투선수 출신의 루빈 '허리케인' 카터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그 자신이 감옥에서 쓴 자서전 '제 16라운드 : 챔피온 도전자에서 죄수번호 45472번까지(The 16th Round)' 와 샘 채이튼과 테리 스윈튼이 쓴 카터에 대한 전기 '나사로와 허리케인(Lazarus and the Hurricane)'의 2권을 종합하여 영화화하였다. 감독은 〈문스트럭〉, 〈밤의 열기속에서〉, 〈지붕위의 바이올린〉 등을 만든 캐나다 출신의 노감독 노만 주이슨이 맡았는데, 그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댄젤 워싱턴을 무명시절 발탁해 〈솔져 스토리(A soldier's story)〉에 출연시킴으로서 워싱턴의 이름을 널리 소개하기도 하였다.

카터를 연기하기 위하여 6개월간 20kg의 감량을 한 댄젤 워싱턴은 이 영화로 벌써부터 올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89년작 〈영광의 깃발(Glory)〉로 이미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댄젤 워싱턴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남우주연상의 유력설에 대하여 "아시다시피 나는 이 영화에 최선을 다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한 노력중 최고였을 것이다."라고 우회적인 자신감을 표했다.

군대에서 인종차별의 설움을 이기기위하여 권투를 시작한 루빈 카터는 61년 프로무대에서 데뷔하면서 KO로 승승장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허리케인'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하지만 64년 그가 세계챔피온전에서 패하면서 그의 삶의 역경은 시작되는데, 66년 뉴저지의 한 바에서 흑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그 역경은 정점에 달한다. 그는 전원 백인인 배심원에 의하여 유죄가 선고되고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후 그는 옥중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써내려간다. 영화는 카터가 85년 연방법원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기까지(하지만 출옥시 그는 이미 한쪽눈의 시력과 가족을 잃은 상태이다)의 투쟁을 다루고 있는데, 인종적인 측면보다는 소년과 세명의 캐나다인 등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는 유대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는데, 특히 워싱턴의 명연기에는 만장일치의 찬사를 보냈다. 트론토 글로브 & 메일의 리암 레이시는 "이 영화는 주먹보다는 마음의 투쟁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고 호평을 보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워싱턴의 호연에 힘입어 이 영화는 진짜 펀치를 관객에게 날린다."고 워싱턴을 추켜세웠다. 또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마치 밥 딜런의 노래 '허리케인'(75년 카터의 자서전을 읽은 딜런이 카터에게 바친 노래)이 그랬듯이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이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격찬을 보냈다. 실제의 루빈 카터는 93년 세계권투협회로부터 명예챔피온 벨트를 받았고 현재까지 캐나다에서 억울한 죄수들을 위한 석방운동을 펼치고 있다.

〈허리케인〉과 마찬가지로 오스카 맛뵈기용 상영 끝에 전국확대 개봉에 들어간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는 원작인 수잔나 카이센의 1993년에 출간된 자서전에 반한 인기여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판권을 구입해 주연과 함께 제작자로 데뷔한 작품이다. 적절한 감독을 물색하며 6년을 기다린 라이더가 선택한 이 영화의 연출자는 선댄스 영화제 출신으로 최근 국내에서 개봉중인 〈캅랜드〉를 감독한 제임스 맨골드. 정신병동에서 우정을 주고받는 두 주인공 소녀로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가 명연기를 펼치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우피 골드버그가 의사와 간호사를 연기한다.

베트남의 전운이 감도는 60년대 후반, 삶의 중심을 찾지못하여 자살을 시도한 19세 소녀 수잔 카이센은 부모에 의하여 고급 정신병동에 보내진다. 그녀는 그곳에서 정신병동안에 갇힌 다른 이들을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경멸과 두려움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차츰 그들과의 유대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자주 병원을 탈출하였다가 잡혀오곤 하는 반항아 리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다. 이러한 경험속에서 수잔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평론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이 영화에서 수잔역을 맡은 위노나 라이더는 실제로 수잔과 마찬가지로 〈비틀주스〉와 〈헤더스〉 등으로 막 성공을 거둔 19살때(그녀는 현재 28살이다) 원인모를 삶의 불안감에 휩싸여 정신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누구보다 수잔역을 잘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때의 경험에 대하여 "내가 그때 배운 것은 정신상담이 나를 바로 세울수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만이 자신을 세울 수 있다."고 최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번 주말의 마지막 10위권 데뷔작인 〈슈퍼노바(Supernova)〉는 개봉전부터 많은 말썽을 불러일으켜 제작사인 MGM사에게 골칫덩어리였던 작품. 역시 개봉후의 흥행성적도 2280개라는 상영관수에 비하여 보잘 것 없었다.

인기 흑인여배우 안젤라 바셋과 〈크래쉬〉이후 별 신통한 연기를 보이지 않는 (사실은 〈섹스, 거짓말, 비디오 테이프〉이후지만) 제임스 스페이더가 주연한 이 영화는 22세기를 배경으로 우주의료선 나이팅게일 229호가 미지의 우주선으로부터 긴급구조 요청을 받으며 시작된다. 나이팅게일의 승무원들은 이제 그들이 구한 정체불명의 사나이에 의하여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당초 MGM사가 〈007 언리미티드〉의 후속 히트작쯤으로 기대했던 6000만불짜리 대작 〈슈퍼노바〉에 잡음이 발생한 것은 영화를 찍은 액션연출의 대가 월터 힐이 일부씬의 재촬영을 요구하면서 부터이다. MGM이 이를 거절하자 그는 이 영화의 크레딧에서 자기 이름을 뺄 것을 요구하였고, MGM은 부랴부랴 돈이 궁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기용하여 이 영화의 편집을 맡겼으나 아무리 실력있는 코폴라라 해도 이 영화를 구제하기는 어려웠다. 코폴라마저 크레딧에서 사라진 이 영화의 감독으로 MGM은 가공의 인물인 '토마스 리'를 감독으로 올렸다. 앨런 스미시에 이어 두 번째로 가짜 감독이 탄생한 셈이다. 영화가 이쯤되니 평론가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작자가 각본을 보았다는 점이다.", "일찍은 2000년도 최고졸작 후보" 등의 조롱속에서 대부분이 아예 언급을 회피할 정도가 되었고 관객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 영화가 되버렸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는, SF 코미디 〈갤럭시 퀘스트(Galaxy Quest)〉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며 854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였고, 맷 데몬 버전의 '태양은 가득히'인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가 682만불의 수입을 올려 7위, 〈토이 스토리2〉가 663만불의 수입으로 9위, 프로미식축구 경기의 이면을 그린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가 549만불의 수입으로 10위를 각각 기록하였다. 〈토이 스토리2〉의 지금까지 총수입은 2억 2762만불에 달한다. 한편, 지난 주에 이어 디즈니의 〈환타지아 2000(Fantasia 2000)〉의 열기는 계속되었는데, 54개란 제한된 수의 아이맥스 극장에서 상영됨에도 불구하고 314만불을 벌어들여 이번 주말 1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흥행집계사인 익재비터 릴레이션사에 따르면 MLK 공휴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주말 3일동안의 상위 12위안에 든 영화들의 총 흥행수입은 8390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에 비하여 약 3%가 증가한 수치이지만, 〈그들만의 계절〉이 1위를 차지한 작년의 같은 기간 주말성적과
비교할 때는 오히려 3%가 감소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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