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연봉협상 후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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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말도 많았고 `연봉조정(Arbitration) 신청'까지 끌고 갔던 박찬호의 연봉이 결국 1년 최대 425만달러 계약으로 마무리됐다.

합의가 이뤄진 18일은 당초 양측이 메이저리그의 연봉조정을 위한 희망액수를 제시하기로 한 날. 그러나 3자의 개입이 양측 모두에 큰 득이 없다는 판단에서 전격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합의는 박찬호나 다저스 구단 모두 1년계약을 희망해 표면적으로는 서로의 구상이 일치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노림수는 정반대다.

우선 박찬호로서는 지금 다년계약을 맺으면 내년 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할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즉, 지난해 성적(13승 11패, 방어율 5.23)이 그다지 신통치 못했던 박은 지금은 다년계약을 맺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고액연봉을 보장받기 힘든 상태로서 차라리 올 시즌 화끈한 성적을 보여주고 내년에 자유계약선수 자격 등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다시 협상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찬호가 최근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기 전 굳이 다저스와 다년간 계약한다면 3년이란 비교적 단기를 희망했던 것도 올해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훨씬 많은 연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다저스 구단으로서는 역시 박이 지난해 별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는데 굳이 다년계약을 통해 시세(?)보다 웃돈을 얹어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박찬호가 시즌 막판 `20승 투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올 한해 더 지켜본 뒤 진짜 싹수가 있다면 그때 거액을 쥐어줘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저스로서는 지난해 4월 `6년간 총 6,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했을 때 박찬호측이 이를 거절한 것이 지금으로서는 정말 전화위복인 셈이다.

한편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지 불과 1주일만에 질질 끌어오던 연봉협상을 전격 타결시켜 `역시 협상의 귀재'란 명성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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