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망 최고 1억, 부상은 2000만원 … 작년 451억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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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에 사는 30대 가정주부 B씨는 2009년 운전 중 다른 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B씨는 머리를 차 앞유리에 부딪치면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상대 차가 도망쳐 가해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B씨는 메리츠화재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고, 정부보장사업을 통해 흉터 치료용 성형수술비 100만원가량을 보상받았다. 뺑소니·무보험차 사고 피해자라면 이와 같이 정부보장사업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럼 그 보상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부보장사업의 재원은 국민 세금이 아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내는 책임보험료(대인배상Ⅰ)에서 나온다. 현재 정부보장사업 기금은 책임보험료의 1%씩을 떼내 마련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의 책임보험료가 평균 연 20만원 내외이므로, 1인당 2000원 정도를 뺑소니·무보험차 사고 피해자 보상을 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보장사업 분담금 요율은 그때그때 달라졌다. 1999년엔 징수율을 2.17%에서 4.4%로 크게 높였지만 이후 2006년 3.4%, 2009년 다시 1%로 떨어졌다. 지금은 매년 360억원 정도가 기금으로 들어온다. 이 기금에서 정부보장사업으로 매년 500억원가량 나간다. 또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 지원금으로도 한해 500억원씩 나가고 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정부보장사업으로 보험금을 받는 교통사고 피해자는 연 1만 명 수준이다. 이 숫자는 매년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뺑소니 사고 발생 건수와 무보험 차량 수가 매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뺑소니 사고는 매년 1만2000건(피해자는 1만9000여 명)가량 일어나고 있다.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무보험 차량은 91만 대로 전체 자동차의 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몰라서 보험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생활과 박문기 사무관은 “더 많은 피해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TV와 라디오 광고를 통해 ‘뺑소니·무보험차 피해를 정부가 보상한다’는 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상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청구 절차가 다소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원한 한 보험사 담당자는 “경찰과 보험사 간 자료 공유가 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직접 경찰서에 가서 교통사고사실 확인서를 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보장사업의 보상한도는 최고 1억원이다. 일부에선 이 보상금이 손해에 비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보상지원부 민운기 과장은 “정부보장사업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치료비에 대한 명확한 증빙자료가 있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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