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인터넷 양계'- 국졸학력 67세 이동수씨

중앙일보

입력

경남 거제도에서 양계업을 하는 이동수(李東洙.67.거제시 신현읍 수월리)씨. 그는 인터넷 덕분에 떵떵거리며 사는 시골 할아버지다.

삼계탕용 닭 4만여 마리를 기르면서 인터넷에서 빼낸 각종 정보를 이용해 가장 비쌀 때 내다팔기 때문이다. 그의 학력이 국졸임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삼계탕 닭은 가격의 오르내림이 극심한 축산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李씨는 전체 물량의 90%이상을 닭값이 좋을 때 집중출하하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 겨울들어 ㎏당 닭값이 6백~1천 6백원으로 출렁거렸지만 李씨는 최근 4만여 마리를 ㎏당 1천 3백원에 모두 팔았다.

가격예측을 잘못한 양계장의 도산이 해마다 줄을 잇지만 그는 연간 3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의 비법은 인터넷 자료를 이용해 개발한 가격예측 프로그램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부화중인 종란(種卵) 수, 부화장에서 생산한 병아리 수, 사료 소비량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병아리 구입 적기를 찾는 것.

즉 40일간 사육한 뒤 내다팔 때 시장 전체 공급물량이 가장 적은 시기를 추정, 그에 맞춰 병아리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4시 일어나자마자 농림부.축협.사료회사.양계협회.농진청.대학.기상청 등의 홈페이지에 들러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또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많은 정보를 찾거나 대형 파일을 처리하러 인터넷 전용선이 깔린 시청.우체국.PC방에 들른다.

"PC방에 처음 갔을 때는 젊은 친구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이제는 친해졌죠." 그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4년부터. 시집간 둘째 딸이 두고 간 286컴퓨터로 도스부터 배우다 아래아한글.엑셀 등을 독학으로 섭렵했다.

컴퓨터를 구입하기 전부터 그는 양계협회 등에서 부쳐온 자료를 토대로 그래프를 그려가며 병아리 구입시기 등을 찾아냈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나서는 예측의 정확성이 훨씬 더 높아졌죠." 그는 서울에서 신문팔이하며 고학하다 여의치 않자 54년 해군하사로 입대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미국에 군사유학을 다녀오기도 한 학구파다.

요즈음은 농림부가 운영하는 농업정보통신망(AFFIS) 가축방 운영까지 맡고 전국을 돌면서 농민들에게 인터넷 강의도 하고 있다.

"학력.나이보다 인터넷 적응력이 개인의 능력과 재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李씨가 인터넷을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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